[與 정계개편 구상]영호남 정치세력 접목 「새판짜기」

  • 입력 1999년 1월 28일 08시 17분


여권의 정계개편구상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여권은 안정적인 국정운영기반마련과 내년 16대총선에서의 승리, 나아가 정권재창출을 위한 포석으로 대규모 정계개편구상을 마련해놓고 있다.

작게는 자민련과의 합당이라는 ‘2여(與)합당론’에서 크게는 한나라당의 분열을 전제로 한 다당제구도 하의 합종연횡에 이르기까지 그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그러나 최근들어 여권 내부에서는 실현가능성 등을 들어 ‘2여―2야(野)’의 4당구도에 일단 가장 큰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즉 한나라당 비주류세력의 이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이들 세력과의 3자연합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 대상은 TK(대구 경북)가 될 수도 있고 그보다는 확률이 낮지만 PK(부산 경남)가 될 수도 있다. 또 중부권 거물의원들이 한나라당을 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 과정에서 4, 5월의 전당대회에서 자민련과 한나라당 비주류세력을 포괄하는 신당을 창당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것이 여권핵심의 구상 겸 기대다.

이처럼 다양한 정계개편구상을 공통적으로 꿰뚫고 있는 큰 축의 하나는 ‘동서화합’ ‘국민통합’이다.

최근들어 잇따라 나오고 있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역감정 및 국민통합관련 발언과 조치들도 이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분석이다. 즉 영호남 정치세력의 접목을 통한 지역색의 희석만이 악화일로인 지역감정을 치유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의 27일 대구발언은 이같은 김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전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정서를 결합시키는 국민화합차원의 정계개편이 필요하다”는 한총무의 발언은 정계개편을 지역대결의 해법으로 삼겠다는 얘기다.한총무의 발언은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아니다”는 주석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의 근본적인 구도변화작업을 본격화될 것임을 선언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사무총장과 한총무 등 주요당직자와 청와대 관계자를 비롯한 여권 핵심관계자들은 이같은 목표를 향해 그동안 부산한 물밑작업을 벌여왔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상당수의 한나라당의원이 정국정상화와 지역감정극복 등을 위해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들의 탈당은 시간문제”라고 단언했다.

다만 경색정국의 장기화와 경제청문회개최 등의 요인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방향을 설정할 정도까지는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류만 걷힌다면 정계개편의 움직임은 급류를 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 비주류의원들은 하루빨리 여야관계가 정상궤도에 올라야 이회창(李會昌)총재를 흔들 수 있다”며 “한나라당에 대한 특단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권은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급선무로 꼽고 있다. 김대통령이 연일 대야(對野)화해제스처를 쓰는 것도 그 정지작업의 하나다.

그러나 이총재가 이를 모를 리 없다는 것이 또 다른 걸림돌이다. 이총재가 지구전을 펼치는 데에는 이같은 여권의 구상을 무산시키겠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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