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구미공단운동장에 모인 당원과 근로자 시민(한나라당 3만명, 경찰 1만여명 추산)을 대상으로 ‘김대중(金大中)정권의 국정파탄 및 부당빅딜 규탄대회’를 열어 현정부의 빅딜정책 등 경제실정을 집중성토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김대중대통령이 야당을 분열시키고 파괴하는 정계개편을 포기하겠다고 국민 앞에 선언한다면 내일이라도 만나 엉클어진 여러 현안을 한꺼번에 타결하겠다”며 정계개편추진 포기를 전제로 한 여야 총재회담을 다시 제안했다.
그러나 이총재는 “김대통령이 끝까지 야당파괴와 정계개편을 계속한다면 감연히 맞서 끝까지 민주주의 수호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김대통령은 국가정보원의 정치사찰과 검찰의 정치도구화를 시인하고 국민 앞에 사과하라”면서 “지역경제를 파탄에 빠뜨리고 있는 현정부의 빅딜정책은 시장경제원리를 무시한 시장독재”라고 비판했다.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의 딸인 박근혜(朴槿惠)부총재는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아버지의 고향으로 오면서 마음이 무거웠다”며 “구미공단을 파탄에 빠뜨리고 있는 정부주도의 강제적인 빅딜을 즉각 철회할 것을 김대통령께 요청한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지역경제 파탄 △국정원 정치사찰 △한일어업협정 단독처리 등을 집중성토한 뒤 구미 순천향병원 앞까지 1㎞가량 가두행진을 벌였다.
집회에는 이기택(李基澤)상임고문 권익현(權翊鉉) 김덕룡(金德龍) 박관용(朴寬用)부총재와 이상득(李相得) 강재섭(姜在涉) 박헌기(朴憲基)의원 등 60여명의 의원들이 참가했다.
삼성자동차와 빅딜대상이 된 대우전자 노동조합 구미시지부 소속 노조원 2백여명도 이날 집회에 조직적으로 참가해 빅딜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LG반도체 구미공장 비상대책위원회는 집회에 불참키로 결정했으나 근로자 50여명이 나와 현대전자로 합병되는 것을 반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했다.
〈구미〓김정훈기자〉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