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內 「DJ비판론」『왜 野에 끌려다니나?』

  • 입력 1999년 2월 1일 19시 00분


여권 내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정운영방식에 대한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 대야(對野)관계에 있어 원칙을 지키지 못한 채 끌려다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이같은 목소리는 여권의 생리상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저류(底流)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회의 인사들은 김대통령의 잇단 유화적 자세가 야권의 장외집회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남김으로써 야권 내 강경세력의 입지만 넓혀주고 있다고 우려한다.

김대통령의 대야 유화제스처는 지난달 24일 한나라당의 마산집회를 전후로 두드러졌다. 김대통령은 25일 국민회의나 자민련이 마뜩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여야총재회담을 제의토록 지시했다.

26일에는 김종필(金鍾泌)총리와 단독회동을 갖고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경제청문회 증언방식을 간접증언으로 추진키로 했다. 또 김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의 사면복권론까지 청와대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이같은 ‘미소’에 대해 한나라당과 김전대통령측은 ‘돌팔매’로 화답했고 김대통령의 스타일만 구겼다는 것이 국민회의 인사들의 인식이다. 김전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하지 않는 정권과 어떻게 손을 잡느냐”고 일갈했을 때 국민회의 당직자들의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결국 김전대통령의 증언문제는 다시 강경으로 선회했다. ‘간접증언→직접출석→간접증언→증언거부시 고발’이라는 ‘온탕’ ‘냉탕’을 내달렸다.

현철씨의 사면복권 문제도 쏙 들어갔다.

여야총재회담 문제도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 국민회의 당직자들의 불만이다. 한나라당은 계속 조건을 제시하며 뒤로 물러서고 있는데 여권이 총재회담을 구걸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국정의 원만한 운영을 생각해야 할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칼자루는 우리가 쥐고 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또 다른 당직자는 “요즘은 우리가 여당인지 야당인지조차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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