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 배가 관심을 끈 것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박수석이 승선했기 때문이었다. 그만한 고위당국자의 금강산관광이 화해 협력에 기초한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것이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예상치 못했던 북한의 관광선 입북거부로 여지없이 깨졌다. 박수석의 승선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역설적으로 금강산관광을 포함한 남북협력사업의 불안정성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북한은 2천5백만달러를 곧 송금하겠다는 현대의 약속을 받고 뒤늦게 관광을 허용했다. 통일부도 “북한측의 오해로 관광선이 잠시 멈췄던 것에 불과하다”며 이번 사태를 북한이 한때 ‘몽니’를 부린 것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가 생각해야 할 점은 북한이 현대의 독점권을 1월말까지 서면보장키로 약속했다가 이를 5월로 연기한 대목이다. 정부가 지난달까지만 해도 독점권 보장의 미흡을 이유로 현대의 금강산사업변경을 승인하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이번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우리와 체체가 다른 북한과 일하다 보면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대승적 견지에서 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정부가 대북정책의 당위성을 과신한 나머지 대북정책에서 전략만 있고 전술은 놓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한기흥<정치부>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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