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 증언파문]YS『수표줬다니 추적해보라』

  • 입력 1999년 2월 4일 19시 28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측은 92년 대선 직전 1백50억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정태수(鄭泰守)전한보그룹총회장의 증언에 대해 “청문회의 정치보복적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대통령은 이날 상도동 자택을 찾아온 박종웅(朴鍾雄)의원으로부터 보고를 듣고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격노했다는 게 박의원의 전언이다.

김전대통령은 이날 상도동 자택에서 점심을 함께 한 김광일(金光一)전비서실장에게도 “언제는 8백억원을 줬다더니 이제는 1백억원으로 줄었다”며 “수표로 줬다니 추적하면 될 것 아니냐”고 어처구니 없어 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김전대통령의 반응 속에는 현 여권에 대한 불신감이 깔려 있다. 김전대통령은 최근 여권의 정국운영에 대해 측근들에게 “이대로 가면 불행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등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명해왔다는 후문이다.

특히 올들어 여권이 청문회 협조와 현철씨의 사면복권을 연계시키는 듯한 ‘압박전략’을 구사해온데 격노해 “이제 사면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말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 측근은 “현철씨 사면문제와 청문회 불출석은 작년부터 여권에서 먼저 약속해왔던 것”이라며 “약속을 어긴 것은 고사하고 정태수전총회장의 증언으로 대선자금까지 짜맞추려는 것은 청문회에 협조하게 하려는 술책”이라고 흥분했다.

그러나 김전대통령측은 ‘DJ(김대중·金大中대통령) 비자금파일’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맞대응은 자제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청문회 출석문제에 대해 출두불가의 입장을 견지한다는 복안이며 현철씨 출석문제에 대해서도 김전대통령은 “끌어갈테면 끌어가라”고 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

한 측근은 “여권의 무리한 자충수에 맞대응하기보다는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김전대통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김전대통령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입장이 편해질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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