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은 이날 상도동 자택을 찾아온 박종웅(朴鍾雄)의원으로부터 보고를 듣고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격노했다는 게 박의원의 전언이다.
김전대통령은 이날 상도동 자택에서 점심을 함께 한 김광일(金光一)전비서실장에게도 “언제는 8백억원을 줬다더니 이제는 1백억원으로 줄었다”며 “수표로 줬다니 추적하면 될 것 아니냐”고 어처구니 없어 했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김전대통령의 반응 속에는 현 여권에 대한 불신감이 깔려 있다. 김전대통령은 최근 여권의 정국운영에 대해 측근들에게 “이대로 가면 불행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등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명해왔다는 후문이다.
특히 올들어 여권이 청문회 협조와 현철씨의 사면복권을 연계시키는 듯한 ‘압박전략’을 구사해온데 격노해 “이제 사면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말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 측근은 “현철씨 사면문제와 청문회 불출석은 작년부터 여권에서 먼저 약속해왔던 것”이라며 “약속을 어긴 것은 고사하고 정태수전총회장의 증언으로 대선자금까지 짜맞추려는 것은 청문회에 협조하게 하려는 술책”이라고 흥분했다.
그러나 김전대통령측은 ‘DJ(김대중·金大中대통령) 비자금파일’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맞대응은 자제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청문회 출석문제에 대해 출두불가의 입장을 견지한다는 복안이며 현철씨 출석문제에 대해서도 김전대통령은 “끌어갈테면 끌어가라”고 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
한 측근은 “여권의 무리한 자충수에 맞대응하기보다는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김전대통령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김전대통령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입장이 편해질 것이란 판단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