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이모저모]정태수씨 신문 90분만에 끝나

  • 입력 1999년 2월 4일 19시 28분


그동안 다소 맥빠지게 진행됐던 경제청문회는 4일 정태수(鄭泰守)전한보그룹총회장등이 증인으로 나오면서 뜨거운 열기속에 진행됐다.

○…코와 턱수염이 텁수룩하고 초췌한 모습의 정씨는 오전10시경 하얀 수의차림에 흰 장갑과 검은 모자, 마스크를 쓴 채 휠체어를 타고 청문회장에 입장.

특위는 정씨가 76세의 고령이고 지병이 있는 점을 감안해 증인석 바로 옆에 변호인석을 별도로 마련해 정씨의 변호인인 정태류(鄭泰柳)변호사가 배석할 수 있도록 배려.정씨는 의원들의 첫 질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신청, “의원과 국민에게 사죄한다”면서 “회사가 부도난 뒤 2년 넘게 징역을 살고 있는데 더이상 무엇을 숨기겠느냐”고 ‘폭탄증언’을 예고.

○…정씨는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92년 대선자금 제공 등에 대한 새로운 진술을 했지만 전반적인 답변태도는 양호하지 않았다는 평. 정씨는 자민련 정우택(鄭宇澤)의원의 질의 때는 “3천억원만 대출이 됐으면 한보철강을 살릴 수 있었다. 국민 앞에서 내기를 걸어도 좋다” “이석채(李錫采)전청와대경제수석이 한보를 부도낸 원흉”이라고 주장.

그러다 정씨는 40여분만에 장재식(張在植)위원장에게 “언제 죽을지 모르겠다” “건강이 나빠 답변을 못하겠다. 중지해 달라”고 신문 중단을 요구했고 장위원장은 인도적 차원에서 정회를 선포.

특위는 20여분 후 신문을 속개했지만 정씨가 계속 고통을 호소한데다 의료진이 “고혈압과 당뇨 등이 심하다”는 의견을 밝힌 점을 감안, 1시간35분만에 신문을 마무리.

○…이날 증인 출석을 요구받은 김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와 김기섭(金己燮)전안기부운영차장, 박태중(朴泰重)전㈜심우대표 그리고 홍인길(洪仁吉)전청와대총무수석 등은 끝내 출석을 거부.

특히 현철씨와 김전차장은 “‘정책청문회’가 아니어서 출석할 수 없다”는 내용의 불참사유서를 특위에 송부.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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