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고위급회담」대응 배경]『대화필요성 北서 先인정』

  • 입력 1999년 2월 4일 19시 28분


북한의 조건부 고위급정치회담 제의에 대해 조속한 시일 내에 무조건 당국간회담을 갖자고 수정제의한 정부의 대응은 외형상으론 남북대화 추진 과정에서 그동안 있어온 ‘모범답안’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부는 북한의 제의에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을 아꼈지만 내심으로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고위급정치회담을 통해 남북기본합의서 이행과 교류협력, 이산가족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대목은 당국간 회담의 현실적 필요성을 분명히 인정한 것이라는 게 정부의 해석이다.

정부는 그동안 대북 비료지원을 매개로 한 남북회담을 추진해오면서도 당국간 회담이 안되면 적십자 등 준당국이나 민간차원의 회담도 무방하다는 입장이었던 만큼 북한의 제의를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다 북한이 내건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전제조건은 관례에 비춰볼 때 큰 무게가 실려있지 않아 회담의 시기문제와 함께 절충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기대다.

또 북한이 고위급회담의 하반기 개최를 언급한 것은 역설적으로 준고위급회담이나 실무회담은 상반기에도 열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최근 금창리 지하핵의혹시설의 사찰문제를 놓고 미국과 벌인 협상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은 한국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전반적인 북―미관계 개선조짐과 병행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남북대화를 성사시킨다는 방침을 세우고 북한과의 실무접촉을 검토중이다.

정부는 특히 지난해 중국 베이징(北京)비료회담에서 남북이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다 회담이 결렬된 점을 교훈삼아 이번엔 성공적인 회담 성사를 최우선적 목표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북한의 대응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지만 남북관계의 ‘정석’에 입각한 정부의 노력이 성과를 거둘 경우 남북대화가 조만간 가시적인 결실을 보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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