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부평역 부근 씨티백화점앞에서 열린 한나라당의 ‘김대중(金大中·DJ)정권 국정실패 및 지역경제 파탄 규탄대회’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기 속에 진행됐다.
대회장 주변에는 ‘DJ의 대선자금 공개하라’ ‘독선정치 강압경제 인천시민 분노한다’ ‘실업폭증 정책붕괴 국민분노 민심혼란’ 등의 플래카드와 피켓 수십개가 등장했다.
그러나 영남권집회 때와 달리 지역정서를 부추기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10여명의 연사 중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이한동(李漢東)고문 박근혜(朴槿惠)부총재의 연설이 인기를 끌었다.
청중이 태극기를 흔들며 ‘이회창’을 연호하는 가운데 등장한 이총재는 이곳 정서를 의식한 탓인지 경제문제를 비중있게 거론.
이총재는 “경기 인천의 유일한 은행인 경기은행이 퇴출됐고 대우전자가 빅딜대상이 돼 지역경제가 어렵게 됐다”면서 “대우 삼성그룹간 업종교환, 반도체 흡수합병은 아무리 늦었더라도 백지화돼야 한다”고 주장.
그는 “정계개편을 통해 우리 당을 쪼개고 없애겠다는데 가만히 앉아 당할 수는 없었다”며 “우리가 죽지 않고 살아남아 나라의 앞날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장외투쟁의 불가피성을 강조.
이한동고문은 “혼자서 하는 경제청문회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제2건국위에 대해 제2의 민주화운동을 해야 한다”며 여당을 겨냥해 포문.
인천출신 이경재(李敬在)의원은 “김대중정권은 대중없이 말바꾸기를 하고 대중없이 정치를 하며 대중없이 의원을 뽑아가는 등 그야말로 대중없는 대중정권”이라며 맹비난.
홍준표(洪準杓)의원은 “김대통령이 생산활동에 종사한 일이나 월급을 받은 일이 있느냐”며 “어떻게 수백억원이 드는 대선을 네번이나 치렀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맞서 국민회의 지도부는 이날 부평공단을 방문,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한나라당 장외집회의 무력화를 시도.
국민회의 지도부는 대기업 빅딜 등 경제회생 노력으로 경제가 회생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근로자들의 분발을 당부.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 그중에서도 구조조정은 우리 경제가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과업”이라며 “정치권도 경제회생과 개혁완수를 위해 여야 가릴 것 없이 힘써야 한다”고 한나라당을 간접 비판.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은 “IMF로 국민이 고통을 당하고 있으나 지금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빅딜은 정당한 것이지만 추진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아픔을 최소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
공단방문을 마친 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휴일에도 출근해 땀을 흘리는 근로자들 바로 옆에서 장외집회를 열어 노사갈등과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한나라당은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최영묵·문 철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