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전도사」김용환씨 왜 침묵할까?

  • 입력 1999년 2월 7일 20시 22분


청와대와 자민련의 내각제 공방이 잠복기에 들어선 가운데 자민련의 주공격수인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마저 당분간 침묵할 움직임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양측은 자민련이 총재단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연내 내각제 개헌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키로 한 2일 이후 내각제 언급을 일절 피하고 있다.

5일 주례회동에서 김대통령에게 이같은 당론을 전하기로 했던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조차 “내각제의 ‘내’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부총재 역시 “내가 할 일은 다했다”면서 입을 닫았다.그는 3일 병원에서 건강진단과 간단한 피부과 치료를 받은 뒤 당에 나타나지 않은 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다.

김부총재는 입원하기전에 “앞으로 내각제 문제는 나에게 물어보지 말라”며 잠행 의사를 밝혔다. 당내 내각제추진위원장으로 자기 할 일이 일단락됐다는 뜻이었다.

이처럼 김부총재가 한 발 빼자 당 안팎에 “김종필(金鍾泌)총리와 김부총재 사이에 간극이 생겼다”는 수근거림이 생겼다.

당에서는 이를 부인했다. 김부총재가 1월31일 국회에서 개헌 일정안을 마련해 김총리에게 보고했고 다음날 최종 보고서를 전달한 뒤 2일 회의가 열려 김총리와 김부총재의 생각이 다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의 거리가 있다는 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김총리가 “여차하면 공동정부를 깨겠다는 각오로 청와대를 압박해야 한다”는 식의 김부총재측 주장에 선뜻 몸이 따르지 않는 반면 김부총재 역시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는 김총리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적으로 믿지 않고 있는 것.

두 사람은 92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지지 여부에 대한 의견 대립으로 결별했었다. 이 때문에 최근 김부총재의 침묵을 김총리의 결단을 촉구하는 ‘무언의 시위’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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