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은 자민련이 총재단회의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연내 내각제 개헌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키로 한 2일 이후 내각제 언급을 일절 피하고 있다.
5일 주례회동에서 김대통령에게 이같은 당론을 전하기로 했던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조차 “내각제의 ‘내’자도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부총재 역시 “내가 할 일은 다했다”면서 입을 닫았다.그는 3일 병원에서 건강진단과 간단한 피부과 치료를 받은 뒤 당에 나타나지 않은 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다.
김부총재는 입원하기전에 “앞으로 내각제 문제는 나에게 물어보지 말라”며 잠행 의사를 밝혔다. 당내 내각제추진위원장으로 자기 할 일이 일단락됐다는 뜻이었다.
이처럼 김부총재가 한 발 빼자 당 안팎에 “김종필(金鍾泌)총리와 김부총재 사이에 간극이 생겼다”는 수근거림이 생겼다.
당에서는 이를 부인했다. 김부총재가 1월31일 국회에서 개헌 일정안을 마련해 김총리에게 보고했고 다음날 최종 보고서를 전달한 뒤 2일 회의가 열려 김총리와 김부총재의 생각이 다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의 거리가 있다는 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김총리가 “여차하면 공동정부를 깨겠다는 각오로 청와대를 압박해야 한다”는 식의 김부총재측 주장에 선뜻 몸이 따르지 않는 반면 김부총재 역시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는 김총리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전적으로 믿지 않고 있는 것.
두 사람은 92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지지 여부에 대한 의견 대립으로 결별했었다. 이 때문에 최근 김부총재의 침묵을 김총리의 결단을 촉구하는 ‘무언의 시위’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