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和-戰기류]現정부이후 「방탄국회史」

  • 입력 1999년 2월 8일 19시 24분


《8일 여의도 국회주변에는 화전(和戰)기류가 교차했다. 오전에는 김정길(金正吉)청와대정무수석이 한나라당 당사로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예방, 빠른 시일안에 여야 총재회담을 갖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뜻을 전달했다. 김수석은 여권이 한나라당 의원 영입 등 야당을 파괴할 계획이 없다는 것도 전달했다. 여권의 적극적인 화해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그러나 오후에는 한나라당이 단독소집한 제201회 임시국회 개회식이 무산되면서 전운이 감돌았다. 한일어업협정 피해실태와 검찰파동 등 산적한 현안을 다루기 위해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는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하지만 여당은 한나라당의 국회 단독소집은 ‘세풍사건’에 연루된 서상목(徐相穆)의원의 구속을 막기 위한 ‘방탄용’이라고 비난하고 개회식에 불참했다. 여야의 힘겨루기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임시국회〓방탄국회?”

‘방탄국회’라는 말은 지난해 야당의 모원내총무가 검찰의 소환대상이 된 소속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소집해야겠다는 뜻으로 “방탄조끼라도 입어야지”라고 한데서 비롯된 말이다.

그런 유래를 가진 ‘방탄국회’가 이제는 야당이 단독 소집한 임시국회와 동의어처럼 쓰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난해 5월 이후 지금까지 소집을 요구한 8차례의 임시국회가 모두 ‘방탄국회’의 성격이 짙다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이신행(李信行)전의원은 기아비리와 관련해 지난해 4월 검찰의 출두통보를 받고도 다섯달여를 ‘방탄국회’속에 숨어지내다 지난해 9월 당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검찰에 출두해 구속됐다.

동아건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던 한나라당 백남치(白南治)의원은 ‘방탄국회’의 회기가 잠시 끊겼던 지난해 9월3일 단 하루 잠적하는 것으로 끝내 불구속기소되는 ‘행운’을 누렸다.

여권은 8일 소집된 201회 임시국회도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의 보호를 위한 네번째 ‘방탄국회’라고 주장하고 있다.

198회 정기국회를 뺀 197∼201회 임시국회가 모두 ‘서상목국회’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산적한 현안처리를 위한 것이지 방탄국회가 아니다”라고 부인하지만 소집 배경에 서의원 보호의도가 있음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못하고 있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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