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욱(裵在昱)전청와대사정비서관이 97년 10월 신한국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게 당시 김대중총재의 비자금 수사자료를 유출했는데 이를 비서관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가.
“비서관 혼자의 힘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DJ비자금문제’는 당시 대선판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증인이 이런 불법을 저지하기에는 힘에 부쳤다고 생각되나 최소한의 양심은 지켰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김대중총재의 비자금은 어떻게 추적하게 됐나.
“전임과장으로부터 인수받아 추적했을 뿐이다.”
―특정인의 지시를 받은 적은 없나.
“없다.”
―배전비서관은 김대중총재에 대한 계좌추적을 지시하면서 윗선의 지침을 받았다고 보는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사정비서관 단독으로 그 사안을 지시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 업무를 지시받으면서 어떤 얘기를 들었나.
“‘이 업무는 해서는 안되는 일이 아니냐’고 배전비서관에게 말한 바 있으나 배전비서관은 ‘이 업무는 중단할 수 없고 계속돼야 할 업무’라고 말했다.”
―나중에 자료를 폐기하라는 지시는 없었나.
“대선이 끝난 뒤 사정비서관이 불필요한 자료는 없애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했다. DJ비자금과 관련한 수표 전표도 많이 있었으나 실무자였던 박규현경감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폐기한 걸로 안다.”
―97년 10월 당시 강삼재(姜三載)신한국당사무총장이 DJ비자금 내용을 발표한 것이 당시 추적한 내용과 일치했나. 가공 조작됐다는 생각은 안했나.
“당시의 일을 대충 기억하는데 (발표내용이) 뭔가 우리가 (추적)한 것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증인은 어떻게 생각했나.
“우리가 불법적으로 했건 어쨌건 간에 당쪽에서 발표된데 대해서는 대단히 잘못된 것으로 생각했다.”
―증인이 관장하던 실무팀이 이렇게 엄청난 사실을 조작하지 않았다면 중간에서 누가 조작했나.
“조작이 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발표 내용과는 상당히 달랐기 때문에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가졌다.”
―역으로 생각하면 이런 조작과 가공을 위해 은행감독원과 증권감독원 직원을 동원해 조사한 것 아닌가.
“글쎄 그런 것은…. 처음부터 그런 목적의식을 갖고 우리를 이용했다고 하면 우리는 그렇게 조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시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의 계좌도 추적했나.
“나는 조사한 바 없다. 전임자가 했는지는 모르겠다.”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의 계좌추적은….
“계좌를추적한사실은없고 이지사 재임중여러가지좋지않은 소문이 있어 그 소문과관련된내용을알아본 적이 있다.”
―대기업 총수, 금융계 및 언론계 고위인사와 군장성, 자치단체장 비리혐의도 보고했다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 고위공직자 비위첩보는 수집했지만 나머지는 없다.”
〈이원재기자〉w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