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총리는 순방기간 중 복잡하게 돌아가는 국내정치를 잠시 잊고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경제외교’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먼저 김총리는 이집트에서 무바라크대통령 간주리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양국간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집트측으로부터 7억5천만 인구의 중동지역과 아프리카 시장개척의 교두보가 되겠다는 다짐을 받아낸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또 이스라엘에서도 네타냐후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이스라엘의 방산산업 등 첨단산업 기술과 한국의 대량생산 체제를 접목시키는 경제협력을 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동안 한국의 대중동외교는 아랍국가의 눈치를 보느라 이스라엘과 매끄러운 관계를 맺지 못했고 ‘친(親)이스라엘’ 국가라는 굴레 때문에 아랍국가와도 탄력적인 외교관계 형성에 실패하는 일이 많았다. 김총리는 이번 순방을 통해 대중동외교가 ‘소리나지 않게 실리를 추구하는’ 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스라엘 방문 중 요르단 후세인국왕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팔레스타인 자치기구의 아라파트수반과 김총리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김총리가 정부 조문사절로 요르단을 방문해 세계주요국가와 중동국가의 정상들을 만나 ‘조문외교’를 벌인 것은 예상치 않은 소득이었다.
김총리가 비동맹국가의 대표주자격인 인도에서 우리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고 이집트 무바라크대통령으로부터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서한을 북한에 보내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다.
종교와 인종문제에다 석유를 둘러싼 국제적 이해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 지구촌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지역. 김총리의 한차례 순방외교만으로 복잡한 현안들이 한꺼번에 풀리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남은 문제는 이들 국가의 정상들이 한국을 답방형식으로 방문하고 경제협력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단계적으로 풀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델리〓최영훈기자〉c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