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盧전대통령, YS 신랄하게 비판…金정무 방문받고

  • 입력 1999년 2월 12일 07시 26분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이 11일 김정길(金正吉)청와대정무수석의 방문을 받고 ‘대통령론’을 얘기하면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전직대통령이)주막강아지처럼 시끄럽게 해서는 안된다” “(전직대통령이)떠들더라도 신경쓰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규하(崔圭夏)전대통령은 짤막하게 ‘상호주의정치’를 주문했다. 다음은 김수석을 수행한 서형래(徐形來)청와대정무비서관이 전한 이들의 발언요지.

▽전전대통령〓전직대통령은 여도 야도 아니다. 현직대통령이 잘돼야 국민이 잘된다. 전직대통령이 현직대통령을 해치는 것은 국가를 해치는 것이다. 전직대통령은 필요할 때 한마디 하면 모든 국민이 귀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주막강아지처럼 시끄럽게 해서는 안된다.

전직대통령을 잘 보호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대통령이 되어 자기 시대만 새 시대라며 전임자를 비판해서는 안된다. 신문에 난 게 사실인지 모르나 전직대통령이 그런 소리를 안하는 게 좋다. 그런데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울컥해서 대응하지 않고 여유를 보인 것을 평가한다. 우리나라처럼 좁은 땅에서 서로 미워하고 누구를 손봐야 하겠다고 해서는 어떻게 살겠느냐. 그러나 야당이 말을 안들으면 따끔한 맛도 보여줘야 한다.

▽노전대통령〓재작년 대통령선거 다음날 김중권(金重權)현청와대비서실장이 (감옥으로) 면회를 와 “지역갈등은 피해자만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똑같은 생각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어도 잘 안된다. 김전대통령도 왜 잘 하려고 하지 않았겠느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렇게 됐을 것이다. 속썩이고 골치아프게 하는 사람이 있지만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떠들더라도 신경쓰지 말라. ‘전임대통령문화’가 잘 정착됐으면 좋겠다. (전전대통령 얘기를 하면서)당한 사람은 섭섭하겠지만 내가 무슨 변명을 하겠느냐. 그때는 나도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느라 힘들었다. 나로서는 미안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 국민은 참 까다롭다.

▽최전대통령〓호혜주의 원칙에 입각한 상호주의가 존중되는 정치가 됐으면 좋겠다. 김대통령이 성공하기를 빈다.

〈임채청기자〉 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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