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17일 “남북 당국간 대화를 통해 비료를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북한이 끝내 대화에 난색을 표명할 경우 상호 신뢰구축 차원에서 우리쪽에서 먼저 비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대화를 모색하는 방안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파종기는 대체로 4월말에서 5월초 정도이지만 우리쪽에서 비료를 생산해 북한으로 수송하고 북한내에서 이를 다시 각 지역으로 분배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다음달부터는 비료를 전달해야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북 비료지원의 방식으로는 적십자사를 통한 지원과 농협의 연불(延拂·외상)수출, 봄에 비료를 지원하고 가을에 수확물의 일부를 돌려받는 계약재배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18일 강인덕(康仁德)통일부장관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상임위원회를 열어 ‘선(先)비료지원 후(後)남북대화모색’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른 당국자는 “18일 회의에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앞두고 가질 예정인 21일의 ‘국민과의 대화’ 또는 24일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조치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그 직후 다시 NSC를 소집해 정부가 대북지원에 들어가는 절차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정부는 우선 북한에 몇만t 규모의 비료를 제공한 뒤 남북대화에 북한이 호응하는지 여부를 봐가면서 비료 및 농약, 비닐과 같은 영농자재와 기술 등을 단계적으로 추가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차관급 남북비료회담에서 북한측에 비료 20만t을 제공하되 이중 3만t은 우선 제공하고 나머지 17만t은 이산가족문제에 대한 호응을 지켜보며 주겠다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강장관은 지난달 영자신문 코리아 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우리나라의 비료 비축분은 2만∼3만t 정도지만 생산능력을 최대한 가동할 경우 50만t 정도까지는 생산할 능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