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에는 ‘겉으로 웃고 속으로 싸우는’ 어정쩡한 구도였다. 청와대는 연내 개헌불가를, 자민련은 연내 개헌합의 유효 입장을 밝히면서도 최종논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에게 맡겼기 때문.하지만 이같은 교착상태에 대한 해석은 서로 달랐다.
청와대는 시간이 흐를수록 개헌불가 여론이 확산돼 김총리와 자민련의 입지가 축소될 것으로 봤다. 이 과정에서 김총리와 자민련 내부의 개헌 강경파의 의견 대립이 심화돼 결국 자민련내 강경파가 제풀에 주저앉을 것이라는 게 청와대의 기대다.
반면 김총리와 자민련은 공동정권내 불협화음의 계속은 결국 정국 불안으로 이어져 자신들의 존재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계산해왔다. 특히 청와대와 국민회의의 줄기찬 정계개편 압박이 실패할 경우 김대통령으로서는 결국 개헌쪽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는 꿈을 자민련은 버리지 않고 있다.
이같은 동상이몽(同床異夢)때문에 앞으로도 양측이 겉다르고 속다른 동거관계를 한동안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는 섣불리 강수를 두었다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수 있다는 공통된 경계심리도 깔려 있다.
자민련이 김대통령에게 25일까지 연내 개헌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던 취지도 이런 분위기에 묻혀 점차 퇴색되는 추세다. 한 당직자는 “25일은 그때까지 모든 결론을 내리자는 물리적 시한이 아니라 김대통령 본인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는 정치적 촉구였다”면서 한 발 물러섰다.
문제는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계속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집권 2년차를 시작하면서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여권 내부 의견 조율조차 마무리짓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원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 때문에 김대통령이 21일의 국민과의 대화, 24일의 정권출범 1주년 기자회견에서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가 주목된다. 만약 김대통령이 개헌 약속이 유효하다면서도 연내 개헌에 대해 보다 분명한 불가 입장을 천명할 경우 김총리와 자민련의 대응도 관심거리다.
김총리는 약속 유효 부분에 초점을 맞춰 특유의 ‘깔고 뭉개기’식 스타일로 적당히 넘어갈 공산이 크지만 자민련의 경우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25일까지 침묵 의사를 밝힌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의 반응이 어떨지도 관심이다.
결국 여권의 내각제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