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이후의 정국은 일단 ‘절반의 정상화’로 시작할 것 같다.
여야는 18일 사무총장과 원내총무 라인을 일제히 가동해 총재회담과 임시국회를 위한 협상을 재개한다.
여야는 설 연휴기간 중 전화통화 등 물밑접촉은 계속했지만 이렇다 할 깊은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 설이전과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다.
일단 국회는 일정합의에 다소의 진통이 있겠지만 12일의 총무회담 합의대로 22일부터 열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정상화는 정국해빙과 관련해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국회 529호실사건’과 여당에 의한 국회본회의 안건 변칙처리 이후 한달여 동안 장외에 머물던 한나라당이 원내로 진입함에 따라 여야 장외대결국면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장외투쟁과 단독청문회개최 등 일방통행식 행태를 보여왔던 여야는 국회라는 쌍방채널을 통해 현안에 대한 논의와 협상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국회문제와는 별도로 정치현안의 일괄타결을 위한 해법으로 제시된 여야총재회담 개최문제가 별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기류변화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야가 원내대결로 선회한 것은 대화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는 증거다. 미세하나마 서로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근원적인 장애물이 제거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정계개편에 대한 상호불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박지원(朴智元)청와대공보수석의 13일 대구 TBC방송토론회 발언으로 상황이 더욱 꼬였다.
“국민화합형 정계개편이 필요하다”는 박수석의 말에 대해 한나라당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17일 “대통령은 대화하겠다고 하면서 주변 사람은 계속 정계개편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병주고 약주는 식의 특유의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신총장은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고 뭐고 없다”고 못박기도 했다.
정계개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여권과 정계개편이라면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키는 한나라당간의 좁히기 힘든 입장차를 여실히 보여준 대목이다.
따라서 여야가 물밑접촉을 통해 총재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을 하는데는 다소의 시간이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다.
정권출범 1주년인 25일 이전 총재회담을 통해 골치아픈 정치쟁점들을 매듭짓고 ‘새출발’했으면 좋겠다는 여권 핵심부의 기대는 충족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만 임시국회가 본궤도에 오르고 여야의 대화가 더 활발해진다면 월말경 총재회담이 가능할 수도 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