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JP에 뭘로 답례 할까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국무총리가 내각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안은 연내개헌을 하든, 연기를 하든 ‘합의’에 의해 처리하는 것이다. ‘DJP’후보단일화 합의사항인 연내개헌을 재확인할 경우 새롭게 고려해야 할 변수는 없다. 개헌찬반논쟁의 과열 등 후유증이 예상될 뿐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개헌연기에 합의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경우 김대통령이 김총리에게 개헌연기의 ‘반대 급부’로 무엇을 줄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사실 청와대와 국민회의는 개헌연기 여부보다는 여기에 더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는 김대통령의 개헌연기 희망이 관철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에 근거한 것이다. 현재 거론되는 방안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16대 총선에서 충청권 뿐만 아니라 영남이나 수도권 중 일부의 공천권을 김총리에게 할애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총리의 각료제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주고 각료 배분의 자민련 비율도 높이는 방안이다.
그러나 두 방안 모두 김총리와 자민련을 만족시킬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공천권 할애는 양당간 연합공천을 전제로 할 때 실효성이 있지만 총선의 성격상 연합공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각료제청권도 언제든지 사문화될 수 있는 명목상 권한이다.
내정(內政)의 상당부분을 김총리에게 맡기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김대통령의 스타일상 현실성이 별로 없다. 결국 김총리와 자민련, 나아가 충청권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마땅한 묘안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청와대와 국민회의 핵심관계자들의 고민이 깊다.
반면 두 사람이 개헌연기에 합의할 경우 의외로 쉽게 논의가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개헌연기라는 대타협을 이끌어낸 마당에 ‘사소한 거래’에 집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그후에는 개헌 가능할까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국무총리의 개헌연기 합의를 전제로 할 때 추후개헌이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점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개헌연기를 주장하는 청와대나 국민회의측은 올해를 넘기더라도 내각제개헌을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오히려 개헌이 더 수월한 환경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내년 16대 총선에서 국민회의―자민련의 ‘연합군’이 개헌선인 3분의2 이상이나 이에 근접한 의석을 휩쓰는 것을 전제로 한다. 또 최소한 대구 경북(TK)이나 부산 경남(PK)과의 지역연합이나 민주대연합 등 정계개편의 완료를 밑그림으로 하는 청사진이다.
즉 개헌의 양대 절차인 국회의결과 국민투표를 위한 여건이 성숙된 뒤 개헌을 추진하는 게 개헌가능성을 높여 준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민련의 견해는 다르다. 자민련은 한마디로 “올해를 넘기면 개헌은 완전히 물건너간다”고 본다. 우선 내년 총선이 개헌가능성을 가르는 결정적인 분기점이다. 김대통령의 구상은 임기말인 2002년에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2002년은 내년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들이 임기를 절반 남겨놓은 시점이다. 임기를 절반이나 남긴 의원들이 잔여임기를 포기하고 내각제개헌에 동조하겠느냐는 게 자민련 사람들의 시각이다.
또 임기말 ‘레임덕’현상의 도래가 필연적이기 때문에 김대통령의 의지가 실현되기 어려운데다 야당 대선출마자들의 반발과 장기집권 의혹을 둘러싼 논란도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자민련의 분석이다. 김대통령이 과연 임기내에 내각제개헌을 추진할 것이냐에 관해서도 양당의 시각은 엇갈린다. 청와대에서는 “개헌약속은 지킨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지만 자민련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