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내부, 총선 앞두고 선거제 변경 「지역갈등」

  • 입력 1999년 2월 21일 19시 40분


‘어떤 선거제도 아래서 16대 총선을 치르는 게 나을까.’

한나라당안에서는 최근 선거제도 변경문제를 놓고 의원과 지구당위원장들이 ‘지역대결’양상마저 보이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다.

가장 먼저 몸을 움직인 쪽은 한나라당의 절대약세지역으로 꼽히는 광주 전남북 출신 의원과 위원장들. 이환의(李桓儀)광주시지부장과 전석홍(全錫洪)전남도지부장 강현욱(姜賢旭)전북도지부장은 이 지역 위원장 34명을 대표해 얼마전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면담했다.

이들은 이총재에게 “뿌리깊은 병폐인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지역화합을 실현할 수 있도록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정해달라”고 건의하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개정운동을 펼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건의는 호남지역에서는 중대선거구제가 아니면 또다시 한나라당의 ‘몰살’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부 비호남 위원장들도 중대선거구제에 호감을 갖고 있다. 이세기(李世基)의원 등 지명도가 있는 일부 수도권 중진의원들은 “소선거구제는 특정지역에서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제도로 지역분할을 더욱 촉진시킬 뿐”이라는 논리를 펴며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 필요성을 얘기한다.

그러나 호남지역 위원장들의 ‘집단행동’과 일부 중대선거구 선호 위원장들의 주장을 바라보는 영남지역 위원장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들은 “야당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먼저 제기할 경우 여권이 기를 쓰고 추진하고 있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힘이 실리는 것 아니냐”며 탐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런 반응의 뒤켠에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영남의 경우 소선거구제가 엄청나게 유리한 상황에서 굳이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해 긁어부스럼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속내가 자리잡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한나라당내에서 정당명부제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이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우리 실정에 맞지 않고 자칫 신판 유정회(維政會)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당지도부도 이미 정당명부제가 △사당(私黨)정치 및 계보정치의 강화를 초래하고 △집권당에 유리하게 선거제도를 왜곡시킬 위험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반대 당론을 확정해 놓았다.

한 당직자는 “정당명부제가 지역감정해소에 하나의 방편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너무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면서 “특히 정당명부제를 1인2표제가 아닌 1인1표제로 시행할 때는 지역몰표현상이 재연돼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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