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차수/묵살된 「야당의 TV대화」

  • 입력 1999년 2월 21일 19시 40분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21일 TV로 생중계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지켜보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대통령이 이날 대화에서 빅딜 국민연금 등 주요현안에 대한 정부 여당의 입장을 설명했지만 비슷한 방식을 통해 반론을 제기할 기회를 가질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방송협회와 방송사 등에 공문을 보내 김대통령의 TV대화에 대한 반론권을 보장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여야의 의견이 대립되는 주요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반론권 요구의 근거로 김대통령의 ‘자격’을 문제삼는다. 즉 김대통령이 정부 수반이자 여당총재라는 이중적 자격을 갖고 국정현안 전반에 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이기 때문에 야당총재에게도 상응하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논리다.

한나라당은 김대통령처럼 두시간 동안 생방송하는 형식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30분이라도 시간을 달라고 애걸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김대통령의 TV대화가 ‘국가통치 차원의 행위’라는 이유로 한나라당의 요구를 일축했다. 방송협회와 방송사 역시 TV대화가 정당의 정견발표장이 아니며 대통령이 여야를 떠나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한나라당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사는 대신 뉴스에서 한나라당의 반론을 반영해주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TV대화는 방송 3사의 동시중계로 국민의 채널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야당측에 반론기회를 줄지의 여부는 방송사에 달려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여야의 입장이 다른 현안에 대해 정부 여당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소개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일언지하에 일축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김차수<정치부>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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