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선대인/귀막은 관청 기막힌 주민

  • 입력 1999년 2월 21일 20시 20분


‘동사무소와 구청은 도대체 뭘 하는 덴지…, 쯔쯧.’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주민인 정모씨(57)는 요즘 이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정씨 등 상월곡동 주민 20여명은 지난해 4월 ‘상월곡동 환경을 염려하는 모임’을 구성해 주택가 한가운데에서 8년째 가동중인 한 무등록 염색공장을 폐쇄해달라고 동사무소와 구청 등에 호소했다.

주민들은 이 공장이 오폐수를 그대로 방류하고 여름이면 코를 찌르는 악취마저 내뿜는다고 주장했다.

사실 주민들은 공장이 처음 가동되던 92년부터 틈날 때마다 공장이전이나 폐쇄를 행정당국에 건의해왔다.

그러나 동사무소나 관할 성북구청은 늘 묵묵부답. 심지어 “좀 참고 지내면 되지 않으냐”며 타박하기도 했다.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해 5월경 구청관계자들이 나와 이 공장의 방류수 수질을 검사했으나 ‘오염이 심각하지 않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다시 지난해말 시민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에 도움을 청했다. 이 단체의 문제제기가 있고 나서야 구청에서는 이 공장을 경찰에 형사고발했다. 그러나 공장은 경찰이 현장실사를 나온 지난주까지도 계속 가동됐다.

이에 대해 성북구청 김민구(金敏九·52)산업환경과장은 “서울시내 수천 곳에 이르는 무등록공장을 일일이 다 고발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업체로부터 금품 등을 받고 눈감아 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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