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색다른 질문 재치 답변]

  • 입력 1999년 2월 22일 07시 27분


“대통령께서 남태평양의 무인도에 가시게 됐는데 세 가지만 가지고 갈 수 있다면 뭘 가지고 가시겠습니까.”

김대중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 여대생이 “색다른 질문을 하나 드리겠다”며 ‘느닷없이’ 무인도 얘기를 꺼내자 이를 자신의 ‘국정 고충’을 토로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순발력을 보여줬다.

김대통령은 미소 띤 얼굴로 “정말 색다른 질문이다” “부부는 일심동체니까 마누라도 함께 가는 것이고…”라는 말로 경제문제에 대한 질의 응답으로 굳어있던 방청객과 패널리스트들의 웃음을 먼저 유도했다. 그리고 “실업, 부정부패, 망국적 지역감정 이 세가지를 몽땅 가져가 국민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사전에이 ‘색다른질문’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정말 ‘순발력이 돋보이는’ 답변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대통령과 함께 웃던 방청객들의 표정이 순간 숙연해졌다. 사회자도 “대통령께서 노심초사하시는 문제가 실업 부정부패 지역감정이라는 것을 알겠다”며 역시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김대통령의 ‘무인도 답변’에서는 대통령의 의지로도 잘 풀리지 않는 ‘난치병’을 고백하는 답답함이 짙게 묻어났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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