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스케치]집권1년 공개평가 자리

  • 입력 1999년 2월 22일 07시 43분


21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공개홀에서 오후7시부터 1시간45분 동안 진행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당선 후 세번째 ‘국민과의 대화’는 이전의 두 차례에 비해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였다.집권1년에 대한 공개적인 평가를 겸한 자리인데다 물가 대기업빅딜 고용보장문제 등 초반부터 무거운 질문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82년 내란음모사건으로 복역중 설을 맞았을 때 면회온 가족들과의 애틋한 일화를 털어놓아 방청석을 숙연케 했다. 김대통령은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설이 있다면 언제였느냐”는 사회자의 첫 질문에 “82년 설 때 청주교도소에 있었는데 아내가 자식들과 면회왔을 때 자식들이 면회소 마루 위에서 큰절로 세배를 했다”고 회고.

김대통령은 이어 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에게 ‘아내여, 서러워마라. 이 자식들이 있지 않소’라는 내용의 단시를 읊었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 있다면서 “당시에는 죄수로 복역하고 있었고 지금은 대통령이 돼있는데 이것을 보면 인생이란 것이 참 운명이 기구하다”며 감회어린 표정.

○…이날 진행자인 시사평론가 정범구(鄭範九)씨와 전문MC 김연주(金沇珠)씨는 초반부터 무거운 대화가 거듭되자 간간이 ‘양념성’질문을 곁들여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도.

김대통령은 “평소 라면을 즐겨 드셨다는데 청와대에서도 라면을 든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서도 먹은 적이 있고 외국에 나가서도 먹었다”고 답변. 김대통령은 이어 “그런데 집사람이 라면을 먹으면 살찐다고 하도 야단을 쳐서 눈치를 보느라고 요새는 잘 못먹고 있다”고 말해 방청석에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이날 방청객 6백여명은 오후5시경 검색대를 통과해 질서있게 입장. 이들은 한국교총 전교조 경총 한국노총 민주노총 농 수 축협 등 50개 시민단체와 직능단체의 추천을 받아 선정됐다.

○…주관방송사인 SBS는 이날 행사에 스튜디오 카메라 8대 등 촬영카메라 28대, 위성방송장비(SNG), 중계차 등을 총동원. 또 질문에 국민 여론을 반영하기 위해 3일부터 이날까지 전화 팩스 PC통신 인터넷 등을 통해 6천여건의 질문을 접수.

○…이날 TV대화에서는 ‘제2건국운동’과 ‘대북정책’에 관한 질문도 준비돼있었으나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이 길어져 막판에 제외됐다. 박지원공보수석은 “김대통령이 두 가지 문제에 대해 직접 설명했으면 좋았을텐데 시간관계상 하지 못해 아쉽다”며 “24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설명. 김대통령은 이날 출연료로 SBS측으로부터 세금을 제외하고 28만3천5백원을 받았으나 SBS에서 모금중인 결식아동돕기 성금으로 기부. 이날 방청석에서는 모두 12차례의 박수가 나왔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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