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평〓이번 대화는 현 정부의 각종 정책이 옳은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짜여진 각본방송의 성격이 농후하다. 전체적인 특징은 크게 세가지였다.
우선 현 정부의 최대 실정인 대북문제 한일어업협정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 둘째, 경제정책에 대한 홍보에 치중해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대안제시가 부족했다. 셋째, 김대통령이 ‘총풍’‘세풍’수사 등 주요현안 처리를 여론에 의존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국정운영의 위험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실업문제〓실업자 급증의 책임을 과거 정부의 탓으로만 돌렸고 무리한 졸속 구조조정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잘못된 초기정책에 맹종한 현 정부의 정책오류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려 했다. 관광문화산업이나 벤처기업 육성을 강조했는데 실업대책으로는 큰 가치를 지니지 못하는 것들이다. 따라서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집중투자 등을 통한 고용창출을 강구해야 한다. 또 경쟁력 회복과 고용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려면 ‘임금나누기’가 필요하다.
▽경기회복〓김대통령은 국민들 소비심리가 살아난 것처럼 얘기했지만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있고 고용불안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소비심리가 살아날 수 있겠는가. 반도체와 전자 등 일부를 제외하면 산업생산력은 더 위축되고 있다. 4월 이후 외환거래 자유화가 시행되면 대외여건이 국내경제회복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므로 수입증가와 급격한 외환유출입에 따른 경제불안요소들에 대한 대비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물가안정〓대부분의 대내외 민간연구소들이 4∼5%의 물가상승을 예측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중요한 것은 서민생계이므로 전체 물가지수보다는 서민들이 쓰는 생필품가격에 관심을 갖고 물가정책을 펴야 한다.
▽국민연금〓아랫사람에게 믿고 맡겼더니 너무 일을 황당하게 추진해 어이가 없다는 투로 발언해 국정최고책임자로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정의 유예기간을 설정해 ‘의무가입’을 ‘임의가입’으로 전환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소득이 없는 경우 납부유예 신고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
▽중소기업지원〓대통령이 중소기업중심의 경제체제수립론을 폈지만 이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매우 낮은 편이고 상당부분 대기업 하청업체로 존재하고 있는 현실에 바탕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농가부채〓대통령이 유통구조개선을 강조했는데 값싼 수입농산품과의 경쟁에서 과연 우리 농산물들이 버텨나갈 수 있는가 먼저 검토해야 한다. 농가부채에 관한 정책기조는 ‘빚갚을 능력 제고’에 두되 순수 영농관련 부채에 대한 상환기간을 더욱 늘려야 한다.
▽정치자금〓전체적으로 진솔한 해명을 회피했다. 정치자금 수수를 시인한 만큼 구체적 내용을 밝혀야 한다. 불법성 여부는 전적으로 사법부가 판단할 일이다. 대통령이 아전인수격으로 나는 대가성으로 받은 돈이 없다고 강변해서는 안된다. 대가성 정치자금을 안받았다는 야당의원들이 불구속기소돼 조사와 재판을 받고 있지 않는가. 또 ‘DJ비자금’이 조작된 것이라는데 그렇다면 실제 비자금은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공개하면 되지 않겠는가.
▽정계개편〓인위적 정계개편을 안하겠다는 것이 정직한 얘기라면 야당이 왜 안믿겠는가. 항상 앞에서는 그렇게 얘기하고 뒤로는 야당파괴공작과 정계개편을 추진하니 문제다. 여권은 현재도 개별적으로 우리당 의원들을 접촉중인데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또 야당에 있지도 않은 내부분열을 가상해서 말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야당을 파괴하고 원격조종하겠다는 의지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