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권교체 1년이라는 시간이 후원회 양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양상이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지난해 2백56명의 의원후원회 중 47군데의 후원회장이 바뀌었다. 여당의원들의 경우 후원회장들이 공직으로 나가면서 바뀐 경우가 많았다. 몇몇 의원들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이종찬국가정보원장이나 나종일(羅鍾一)국정원1차장 등이 후원회장 자리를 그만둔 것이 바로 그런 케이스.
또 지난해 야당을 떠나 여당에 입당한 의원들을 여당의 실세 등이 챙겨주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이규정(李圭正)의원 후원회는 이수성(李壽成)민주평통수석부의장이, 황학수(黃鶴洙)의원 후원회는 한화갑(韓和甲)원내총무가 새 회장이 됐다. 반면 야당의원 후원회장들 중 일부, 특히 기업인들은 사업상 애로 등을 이유로 후원회장에서 물러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여당도지부와 야당의원 후원회장을 동시에 맡게 된 기업인도 나타났다. 충북에서 K회사를 운영하는 L모회장이 그 경우다.
충북 청원출신으로 한나라당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신경식(辛卿植)의원의 후원회장인 그는 22일 신총장을 찾았다. 그는 국민회의 충북도지부에서 후원회장을 맡아줄 것을 제의해와 이를 받아들였다며 대신 그간의 정리(情理)를 생각, 신총장 후원회장도 계속 맡겠다고 양해를 구했고 신총장도 이를 흔쾌히 승낙했다.
신총장의 측근은 “L회장은 신총장의 고교선배로 88년 13대 의원 때부터 좋은 인연을 맺어온 분”이라며 “기업인으로서 쉬운 일이 아닐텐데도 의리를 계속 지켜줘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문 철기자〉full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