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을 맞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리더십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서만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에 이어 국민연금확대 한자병용 방송개혁 문제는 물론 당정갈등 여여(與與)갈등에 이르기까지 동시다발적으로 곤경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위태위태하던 노사정위도 결국 민노총의 탈퇴로 와해위기를 맞았다. 김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직시하면서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김대통령의 리더십 변화 조짐이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정치’쪽이다. 대야관계에 보다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정치불안을 모든 분란의 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취임 초 정치분야에 대한 인위적 개입을 자제하는 ‘시장원칙’을 다짐했던 김대통령은 총리인준 무산을 계기로 여야대치가 장기화되면서 생각을 바꾸었다. 정치권 사정과 야당의원의 본격적 영입 등 ‘강성 정치’가 그것이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변모’는 개혁의 성과 못지않게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무엇보다 민심이 이완되면서 국정의 여러 분야에서 ‘실밥’이 하나둘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최근 잇단 행정난맥이나 멱살잡이까지 부른 공동정권내 내각제갈등 심화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구로을 재선 후보공천문제로 표출된 여권핵심부의 신주류와 구주류간 파워게임은 김대통령의 리더십에 혼선을 일으키는 수준을 넘어 상처를 입힌 주요인 중 하나다. 사실 신 구주류간 갈등은 당정의 요직 인사 때마다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김대통령이 방대한 여권조직을 시스템으로 운영하기보다는 몇몇 측근 중심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김대통령은 최근 ‘시장주의 정치’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듯하다. 박지원(朴智元)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이 26일 정책조율 부재에 대한 비난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민간경영기법 도입 등 적극적인 조율 노력을 강조한 것도 같은 취지다.문제는 여론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김대통령의 편의적인 시각이다. 김대통령은 조사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가변적일 수 있는 수치화된 여론에 너무 의존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임채청기자〉cc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