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와 내외신기자회견을 통해 표명한 정국정상화 의지에 대한 이총재의 ‘화답’을 기대한다. 야당측도 이총재의 회견 이후 총재회담의 성사를 위한 여권과의 공식 비공식 접촉을 본격화할 채비여서 회견을 계기로 해빙분위기는 좀더 짙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2일 회견에서 이총재는 총재회담 개최문제에 대해 여권의 기대와 달리 ‘만남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원론적인’ 수준의 언급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한 측근은 “아직 이총재가 이 문제에 관한 지침을 실무진에 주지 않았지만 그간의 여야관계가 두분이 만나 ‘결과’를 내놓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적극적 언급을 하기 어려운 배경을 설명했다.
이총재가 이런 어정쩡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는 다시 불거진 서상목(徐相穆)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여당이 총무회담 등을 통해 체포동의안 표결처리를 다시 들고 나오자 한나라당은 “이총재의 발목을 끝까지 잡겠다는 얘기”라며 김대통령의 정국정상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서의원 체포〓이총재 목조르기’라는 인식 때문이다.
‘국회 529호실 사건’ 이후 정국주도력 장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당도 ‘여기서 더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으로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감정대립의 재연(再燃)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물론 여권 일각에서는 서의원 문제를 총재회담에 넘겨 처리토록 하자는 절충안도 나오고 있으나 ‘처리 강행’과 ‘처리 불가’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양측의 거리를 좁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여야 모두 ‘정국파행의 책임을 지고 싶지는 않다’는 제각각의 계산만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국정상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총재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을 똑같이 지고 있으면서도 여당은 정국정상화의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과정’으로, 야당은 ‘구체적인 성과’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야 내부에서는 “총재회담이 실무선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정치지도자들간의 만남으로 풀자는 취지인 만큼 김대통령과 이총재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이같은 여야의 복잡한 속사정과 이해타산적 태도에 비추어 총재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우여곡절을 더 겪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