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다른 부의 창설기념일과 달리 부원들의 표정에선 뿌듯함과 함께 조직의 건재가 주는 아쉬움이 엇갈렸다. 통일을 위한 대북정책 추진을 담당하는 통일부가 30년이나 성장해온 것은 역설적으로 분단이 그 만큼 더 고착화됐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6공 시절 통일원 부총리를 지낸 최호중(崔浩中)씨는 “통일원은 통일과 함께 소멸될 운명을 지닌 존재”라고 말한 적이 있다. 과거 서독의 대동독 정책 등을 담당했던 내독성도 독일통일 (90년 10월3일)후 10개월 만에 없어졌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언제 ‘존재의 이유’가 사라져 통일부가 ‘행복한 종말’을 맞거나 다른 기구로 개편될는지 기약이 없는 형편이다.
통일부는 한동안 정부 내에서 ‘힘없는’ 비인기 부처로 설움을 받았으나 김대중(金大中)정부의 출범과 함께 대북정책의 주무부처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엔 부 창설 후 처음으로 국무조정실이 심사평가한 민원행정서비스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것이나 북한이 올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통일부 해체를 최초로 요구한 것 등은 지난 1년간의 위상 변화를 입증해주는 대목.
그러나 남북관계가 획기적으로 진전돼 더이상 부 창설기념일을 기리지 않게 될 날이 오기를 기다리는 게 통일부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심정이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