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회견/이모저모]「부드러운 남자」시종 강조

  • 입력 1999년 3월 2일 19시 39분


2일 오전 한나라당 중앙당사 10층 대강당에서 열린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기자회견은 야당총재의 회견으로는 처음으로 KBS MBC SBS YTN 등 4개 방송사에 의해 30여분동안 전국에 생중계되는 등 비교적 성대하게 치러졌다. 회견에는 내외신기자 50여명이 참석했다.

○…이총재는 회견내내 밝은 표정을 유지하려고 애썼고 표현도 평소보다 절제된 단어를 선택하는 등 강성이미지를 탈피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 20분가량 낭독한 기조연설문은 어조에 힘이 들어가는 ‘연설형’이 아닌 마주앉아 대화하는 듯한 ‘대화형’으로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이총재는 전날 회견문을 다듬는 과정에서 “현 정부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 “야당의원 뒷조사 협박” 등 격한 어휘를 모두 삭제했다는 게 한 측근의 전언. 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고 있는데 대해 ‘위로한다’고 한 표현은 본인이 직접 집어넣었다는 것.

○…이총재는 기자들의 질문에 직답보다는 상황을 설명하는 식으로 답변. 이총재는 특히 여야관계 정상화 전망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서로 마주쳐야 하는 게 손뼉”이라고 말하는 등 종전에는 잘 쓰지 않던 비유법을 간간이 동원.

이총재는 당내 보수―개혁세력간 갈등문제를 묻는 질문에 ‘제3의 길’을 주창한 사람을 영국의 존 메이저총리라고 잘못 말했다가 나중에 “토니 블레어총리를 존 메이저총리로 착각했다”고 정정하기도.

한편 4개 방송사는 정규뉴스시간을 연장해 기자회견을 생중계했는데 이총재의 기조연설이 길어지는 바람에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이 진행되는 도중 생중계를 중단.

회견장에는 민관식(閔寬植) 김수한(金守漢) 김명윤(金命潤)고문 등 당 원로들과 부총재단을 비롯해 소속의원 60여명이 참석. 그러나 이기택(李基澤) 이한동(李漢東)고문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 서청원(徐淸源)전사무총장 등 비주류중진들과 부총재 중 박근혜(朴槿惠)부총재가 지역구활동 등을 이유로 불참.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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