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길수석 문답]『대통령-총리간 내각제이견 없다』

  • 입력 1999년 3월 4일 19시 37분


4일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내각제 발언으로 공동정권 두 진영 사이에 또다시 ‘DJP묵계 시비’가 재연됐다.

김수석 발언의 요지는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JP)국무총리가 내각제 논의를 올해 하반기로 미루기로 잠정 합의했다는 것. 김수석은 “그런 감이 있다”면서 발언의 근거를 흐렸지만 실제로는 김대통령의 의중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그렇다면 김대통령과 김총리는 그동안 내각제 논의를 활발하게 벌여왔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곧 김총리가 그동안 여러차례 밝혔던 “김대통령과 내각제의 ‘내’자도 나누지 않았다”는 말이 사실과 다르다는 뜻이다.

더구나 김총리가 내각제 논의를 올 하반기 이후로 연기했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상반기 중 내각제 논의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자민련의 기본 전략과 상치돼 자민련이 그동안 김총리의 ‘변심(變心)’을 모르고 엉뚱하게 발벗고 나선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민련은 김수석 발언이 나오자 곧바로 이를 일축했다. 이완구(李完九)대변인은 “총리에게 김수석이 그런 얘기를 했다고 전하니까 총리가 ‘그런 말을 했어’라며 대수롭지않은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말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면서 김수석에게 화살을 겨냥했다.

김총리 역시 이날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내각제 소신을 거듭 피력했다. 그는 내각제 입장을 묻는 한나라당 백승홍(白承弘)의원의 질문에 “내각제에 대한 대통령과 나의 입장은 이미 97년 대선 때 결정됐고 지금은 그 추진 방법만 남았다”면서 “내각제 추진이 경제안정을 저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자민련은 김수석 발언을 청와대 및 국민회의와의 전면전으로 몰고갈 생각은 없는 분위기다.‘3·30’재보선이 눈 앞에 닥쳐 있어 여권 공조의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자민련은 조만간 내각제에 대한 대국민 홍보전에 나서면서도 국민회의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이중 전략을 추진 중이다. 서울 구로을과 경기 시흥의 양당 지구당개편대회 등에 서로 고위 당직자를 참석시켜 결속을 과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민회의 역시 김수석 발언에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집안 싸움도 중요하지만 우선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급하기 때문이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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