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위]인사청문회 갈등…得失계산만 3개월

《고비용 저효율구조로 비판받고 있는 정치권의 혁신과 ‘구조조정’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국회 정치구조개혁특위가 좀처럼 ‘소걸음 행보’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초 국회제도 선거제도 정당제도 등 3개 제도 개선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정치구조개혁특위는 석달이 지나도록 허송세월이다. 여야간 정쟁에 밀려 개혁은 뒷전이 됐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간신히 여야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나 인사청문회 대상 등 쟁점을 둘러싼 이견으로 당초 통과가 예상됐던 국회관계법마저 이번 회기내 통과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현재 국회관계법 중 가장 큰 쟁점은 인사청문회. 국민회의는 국회의 동의나 선출이 필요한 고위공직자로 제한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여기에 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이른바 ‘빅4’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반박한다. 자민련은 4일 소위원회에서 국가정보원장과 국세청장은 인사청문회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을 포함시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는 “검토해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으나 국민회의 공식당론은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이 문제는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국민회의측의 설명. 정균환(鄭均桓)총장은 5일 “기존 당론에 변함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소위회의 공개 합의

○…국회관계법 중 인사청문회 대상을 제외한 다른 문제는 여야협상을 통해 대체로 가닥이 잡혔다. 국회의 예산감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결산특위의 상설화문제는 여권에서 정권교체 후 한때 정부입장을 받아들여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가 한발 물러섰다.

이에 따라 예결위를 상설특위로 설치하자는데 여야가 합의했다. 그러나 아직도 예결위원 자리를 지역구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노른자위로 생각하는 현 정치권의 정서를 반영, 임기를 1년으로 제한하는 바람에 위원의 전문성문제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소위원회 회의 공개 및 속기록작성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합의가 이뤄졌다. 또 법안에 발의의원과 찬성의원을 구분해 표기하는 법안실명제, 정기국회 기간 외에도 2월 4월 6월에 임시국회가 자동적으로 열리도록 하는 국회상시개원체제 등도 합의가 이뤄진 상태.

▼국회사무처개혁 유보

○…국회의장의 당적이탈문제는 여야가 합의를 봤으나 자민련의 입장을 고려해 16대 국회부터 적용한다는 경과규정을 두기로 했다.

그러나 본회의 대정부질문 방식의 경우 지금처럼 일괄질문 일괄답변으로 하자는 한나라당과 미리 질문서 주요내용을 정부측에 전달한 뒤 일문일답으로 진행하자는 여당의 의견이 엇갈린다. 또 국회사무처 구조조정문제는 국회 운영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

▼선거법 대립 심각

○…정치구조개혁특위는 국회관계법을 처리하면 곧바로 정당제도 및 선거제도 개혁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16대 총선부터 적용되는 선거제도와 관련해 여야는 물론 공동정부인 국민회의와 자민련내에서도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실무협상을 통해 합의점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회의는 당론으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했지만 한나라당은 물론 자민련도 반대한다.

결국 정당명부제 도입처럼 민감한 사안은 여야총재회담 등 보다 윗선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특위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