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윌리엄 페리 미 대북정책조정관이 ‘페리 보고서’작성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방한하는 8,9일 무렵까지는 금창리 협상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11일경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미국과의 공조아래 남북관계 개선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정부가 농업개발분야에 중심을 둔 대북지원방침을 일찌감치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취임1주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식량난 해결을 위해 식량과 비료 등을 지원하고 싶다”며 “여기엔 적십자사를 통해 인도적인 방법으로 하는 길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원식(鄭元植)대한적십자사총재는 최근 “적십자 지원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대규모 지원은 당국간 회담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지난해 4월 베이징(北京)비료회담에 앞서 남북적십자간에 접촉이 있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당국간 대화를 중재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일부의 정세현(丁世鉉)차관은 “지난해처럼 본회담에 앞서 예비회담을 여는 방식의 남북대화는 이번엔 없을 것”이라며 “역사는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말해 새로운 형태의 대북지원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관계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 남북간에는 여러 채널을 통해 물밑 접촉이 진행되고 있다”며 “남북대화의 전망이 그리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어 언제 대북지원과 남북대화가 이루어질지는 속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북한이 공식적인 지원요청 여부를 포함해 남북대화에 대한 입장을 밝힐 때까지는 정부가 대북접근방식을 확정하는데 작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