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訪韓]정부, 대북정책 「불협화음」없애기 주력

  • 입력 1999년 3월 8일 19시 43분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이 8일 방한함에 따라 대북정책에 따른 한미간 막바지 정책 조율이 시작됐다.

정부는 이달말경 작성될 것으로 보이는 ‘페리보고서’가 한반도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페리조정관에게 대북포용정책의 당위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논리를 점검하는 등 상당한 준비작업을 벌여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페리보고서가 잘못되면 우리 민족은 망한다”는 말로 정부의 의지를 피력했다.

미국의 새 대북정책 방향을 제시할 페리보고서에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페리조정관이 곧 출간할 저서 ‘예방적 방위’의 후기(後記)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북포용정책을 비판한 데 대해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11월 페리조정관이 취임한 뒤 정부와 그의 관계가 원만하지만은 않았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초 그의 방한시 김대통령과 면담한 대화록을 곧바로 인터넷을 통해 공개해 미국측의 항의를 받았다.

또 1월 중순에는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가 페리보고서의 내용이 대북포용정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성될 것 같다고 발언해 역시 페리조정관을 자극한 바 있다. 당시 발설자는 청와대로부터 준엄한 경고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정부는 이같은 ‘부주의’를 되새겨 이번에는 페리조정관이 관계당국자 외에 비공식으로 접촉할 민간전문가의 범위를 최소화하는 등 방한이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하는 데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금창리 지하핵의혹시설의 사찰에 관한 북―미(北―美) 협의가 타결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페리보고서의 내용도 온건한 대북접근방식에 바탕을 두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페리조정관이 설명할 보고서 초안과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에 어떻게 반영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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