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흐름은 김대통령이 국민회의 지도부에 전당대회에 앞서 정치개혁협상의 마무리를 지시, 사실상 전당대회를 연기토록 한 것이다.
또다른 흐름은 국민회의 설훈(薛勳)기조위원장이 개헌의 구체적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임기말 개헌론을 띄우고 나선 대목이다.
언뜻 별개처럼 보이는 두갈래의 흐름이 주목되는 것은 ‘전당대회 연기―자민련과의 합당추진―야권 비주류를 포함한 정계개편―총선승리―임기말개헌’의 일관된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것이란 점에서 ‘동전의 양면’같은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내 내각제 개헌시기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김대통령은 ‘내각제 논의는 경제사정을 감안해야 한다’며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와의 ‘원만한 협의’를 강조해 왔다.
자민련의 연내개헌 요구에 시인도 부인도 않는 이른바 ‘NCND(No Confirm No Deny)’입장을 견지해온 셈이다.
그러나 설위원장은 ‘가능하고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내년 총선이후 2002년말까지 개헌’이란 일정까지 밝히고 나섰다. 이 때문에 정치적 행보를 바꿀 때마다 징검다리식의 ‘완만한 U턴’을 해온 김대통령의 스타일에 비추어 임기말 개헌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미 기울었다는 해석이 여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문제는 자민련의 강경한 태도에 비추어 임기말 개헌이나 합당의 필요성을 설득하는데 앞으로도 상당한 밀고당기기와 명분축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더욱이 여야총재회담의 개최전망이 불투명한데다 야당의원 영입과 ‘동진(東進)정책’도 지지부진한 만큼 돌파구 마련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청와대 고위인사와 연쇄접촉한 야당 정치인들은 여당행의 전제조건으로 “자민련과의 합당 등 대규모 정계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국민회의의 한 고위당직자는 이와 관련, “내각제 개헌협상 정계개편 정치개혁협상 야당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열쇠를 쥐고 있는 자민련은 이날 즉각 “임기말 개헌이나 합당추진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연내개헌을 거부할 경우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자세를 거두지 않았다.
결국 자민련측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질 경우 정국은 또다시 혼미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