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무엇보다 대북 비료지원 문제가 정쟁으로 번져 대북정책을 둘러싼 국론분열로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한 당국자는 “한나라당의 비판은 사실관계를 잘못 인식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국민들의 호응이 낮을 경우 정부가 한적을 통해 북한에 전달할 비료의 규모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주장 중 “정부가 북한에 비료를 50만t 제공하기로 했다”는 부분과 “비료지원 문제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부분은 상황을 잘못 파악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비료지원 규모는 모금의 진척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정해진 바가 없고 국회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비료지원이 그동안 정부가 고수해온 ‘상호주의’를 포기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상호주의의 탄력적 적용’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면서도 이견의 여지가 없지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 통일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몇만t 정도의 비료를 받은 뒤에도 이산가족교류나 남북대화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원하는 규모의 추가 지원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렇지 않아도 지난달 대북지원 창구 다원화 조치를 통해 대북지원 실적이 있는 단체의 경우 직접 북한에 구호물자를 보낼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한적의 이번 모금활동 성과가 미미하지 않을까 걱정해 왔다.
정부 일각에서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 비료지원은 민간에게 맡기고 정부는 당국간 대화를 통한 대규모 직접지원을 모색하는 게 더 나을 뻔 했다는 자성의 소리도 나온다. 북한이 당국간 대화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 한적을 통한 선지원 방식을 고안해 냈지만 여론의 반발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성금이 접수되는 상황과 여론의 추이를 당분간 지켜본 뒤 정부가 지원할 규모를 정해나갈 것 같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