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서 정치로.’
집권 2년차를 맞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정운영의 무게중심을 정치쪽으로 옮기면서 여권내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김대통령이 연초부터 정치를 직접 챙기겠다고 거듭 강조한 만큼 앞으로 정치현안 전반에 걸쳐 강력하고 빠른 속도로 손을 댈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 국민회의는 김대통령의 ‘전위대’역할을 해야 한다.
◇ 중진들 득실계산 분주
김대통령이 11일 국민회의 지도부의 주례보고 때 조속한 정치개혁을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삐걱거리고 있는 당정간 협의 강화 지시도 당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동시에 앞으로 정치에 적극적으로 간여하겠다는 양면적인 의미인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의 정국상황이 썩 좋지 않은 데다 정치개혁도 지지부진해 김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의지로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변화를 보는 국민회의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먼저 현재의 총체적 난국을 풀기 위해서는 김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각종 현안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당구조로는 정부의 정책혼선은 물론 정치개혁과 내각제 협상 정계개편 등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국민회의의 한 부총재는 “지금처럼 추진력이 부족한 당구조로는 정치개혁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당이 대통령의 지시나 기다리고 적극적으로 일을 찾아서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차기 당대표를 노리는 중진들의 이해득실 계산도 복잡하다. 김대통령이 정치전면에 나선 만큼 당중진들의 일정한 역할을 기대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은 정치개혁에 정치적 명운을 걸겠다는 각오이며 충청출신의 김영배(金令培)부총재는 자민련과의 내각제 협상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여야의원들과 관계가 원만한 이만섭(李萬燮)상임고문은 꼬인 여야관계를 푸는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이수성(李壽成)민주평통수석부의장은 정계개편이나 전국정당화를 위한 일정한 역할을 맡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면서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및 자민련과의 관계도 관심사다. 경제문제와는 달리 정치문제는 우선적으로 여―여(與―與)협의가 중요한 만큼 김대통령은 김총리나 자민련을 더욱 의식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대통령이 정치개혁협상이나 국민연금 문제 등 현안에 대해 김총리와 자민련과의 사전협의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자민련 『큰변화 없을 것』
자민련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김대통령이 모든 정치현안을 챙겨왔고 국민회의는 김대통령의 뜻에 의해 움직여왔기 때문에 별다른 변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그러나 김대통령이 정치전면에 나서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김대통령이 정쟁(政爭)의 중심에 휘말릴 수가 있고 더이상의 퇴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