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는 김수석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밀담이 끝난 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내용을 얘기해달라”고 이총재에게 요청했으나 이총재는 “발표 안하기로 약속했다”고 입을 다물었다.
김수석은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고 이총재의 의중을 들었다. 회담결과와 상관없이 신뢰회복과 정치복원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뜨거운 감자’인 서상목(徐相穆)의원과 이총재의 동생 회성(李會晟)씨 처리 문제가 논의된 게 아니냐고 묻자 김수석은 “그 문제는 처음부터 총재회담의 전제조건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총재측 총재회담 준비를 총괄하고 있는 윤여준(尹汝雋)여의도연구소장도 “그 문제는 이미 정치의 차원을 넘어 사법의 차원으로 넘어간 것”이라며 이총재측에서도 요구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한나라당 내에서는 “두 사람의 밀담이 모종의 빅딜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김대통령과 이총재 사이의 불신의 벽을 허무는데 집중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윤소장은 “김대통령은 김수석을 등용했을 때부터 여야 정치를 복원하려는 자세를 보였다. 아마도 김수석이 그같은 대통령의 진의를 설명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으로서도 총재회담 내용이 토씨까지 언론에 공개된 지난해 11월10일 회담의 기억 때문에 이총재가 먼저 민감한 문제를 꺼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인지 4개월여만에 열리는 총재회담을 하루 앞둔 16일에도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선 별다른 물밑 조율작업이 포착되지 않았다. 양측 다 예상 의제별로 그간의 발언 등을 점검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이처럼 빈약한 사전작업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한나라당 모두 “여야관계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 일련의 막후접촉을 통해 뭔가 가시적인 결과를 마련해 놓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적지 않게 나왔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