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월 본회의에서 통과된 증권거래법 등 17개 법안이 관련 이익단체의 로비에 의해 ‘변질’됐다며 재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공표한 법안을 시행조차 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재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입법부를 ‘행정부의 시녀화’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하며 상임위 상정과 심의를 거부키로 결정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도 15일 이번 임시국회에서 재개정할 긴급한 사안이 아니라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은 규제완화 실적확보를 위해 이 법안들을 재입법해야 한다고 밀어붙이고 있다. 총리실의 이같은 실적올리기식 밀어붙이기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재경위만 정부가 제출한 상호신용금고법안 등 6개 법안을 상정만 한 채 심의를 미루고 있고 행정자치 문화관광 보건복지 환경노동위 등은 아예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자민련 구천서(具天書)총무가 15일 정부부처 기획관리실장들과 협의 때 “개정 여부를 정부측에서 결정해야지 무조건 법안만 제출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질책하는 등 여당의원들도 불만이 크지만 내놓고 불만을 털어놓지는 못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부가 입법예고과정 등을 거치지 않은 채 무리하게 개정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며 정부의 무리한 요구에 강력 반발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 이상득(李相得)정책위의장은 “각종 규제를 50% 이상 완화하라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가 관련당사자의 의견수렴과정도 생략한 채 무리하게 법을 개정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의장은 특히 “정부의 법안 성안과정에서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박탈당한 관련단체들이 국회를 직접 찾아와 입장을 설명했고 의원들이 이들의 주장 중 합리적인 내용을 법안에 반영시킨 것”이라면서 정부의 법안 ‘변질’ 주장에 대해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반박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