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K1전차 부품값 적정여부 논란

  • 입력 1999년 3월 16일 19시 16분


국방부가 군장비 국산화 사업으로 추진해 실전에 배치한 한국형 K1전차 부품 구매가격의 적정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연대는 16일 전직 군납업자의 제보를 토대로 수백억원대의 예산이 낭비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반면 제작사인 현대정공과 국방부는 이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16일 이 단체 강당에서 ‘군납비리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군당국과 납품업체가 국산장비에 대해 계약상 특혜를 주기로 되어 있는 점을 이용해 수입품을 국산개발품으로 둔갑시켜 고가에 독점납품하는 등 국방예산을 낭비했다”고 주장하고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참여연대는 먼저 “성능상 거의 차이가 없는 포수조준경조립체 두 가지 모델에 대해 각각 2천3백만원과 1억8천여만원 등 8배나 다른 가격이 붙어 공급됐다”며 “이는 가격이 실제보다 부풀려진 증거”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또 “실제가격이 각각 1백20만원과 1백30여만원가량인 회로판조립체는 각각 3천3백만원과 3천5백만원으로 20∼30배의 고가로 거래됐다”고 주장했다.

◆ 현대정공측 주장

K1전차의 주요부품을 조립 납품하는 현대정공측은 이날 같은 장소에서 있은 해명을 통해 “K1전차 부품중 수입품은 국방부조달본부 허가를 얻어 도입하며 국산품으로 둔갑시키는 수법으로 가격을 부풀리는 일은 절대 없다”며 “국방부가 기존의 부품에 관리의 편의상 재고관리번호를 붙인 것을 참여연대에서 구매용 번호로 착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정공은 이어 “포수조준경조립체는 실제로 단 한 번 거래된 것으로 군수사령부 관계자가 구형 미국수입품의 가격을 잘몰라 임의로 기입하는 바람에 현대정공의 납품가와 큰 차이가 나게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 국방부 입장

조달본부는 참여연대의 K1전차 군납비리 주장이 군수조달 체계와 업무특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먼저 외국산 장비를 국산으로 간주해 비싸게 구입하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에 대해 조달본부는 국내에서 개발될 예정인 부품은 외국제품이라도 국산 재고번호를 붙이는 게 관례였다고 설명했다. 또 회로판 조립체 등 부속품 가격을 20배 이상 비싸게 구입했다는 부분은 군수사령부가 관련 정보를 갖지 못해 비싸게 산정했으나 실제로는 조달본부의 원가산정 작업을 거쳐 낮은 가격에 구매했다고 밝혔다.

〈송상근·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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