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총리는 김병관(金炳琯)고려중앙학원이사장 김정배(金貞培)고려대총장 등과 함께 오후2시반 경 청중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입장. 사회자인 최상룡(崔相龍)고려대아세아문제연구소장은 오부치총리의 약력을 소개하면서 “내가 뒷조사를 해 총리부부의 금실이 너무 좋다는 사실을 알아냈는데 취미생활(미술감상)이나 기호(술) 혈액형이 모두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오부치총리는 먼저 한국말로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방금 소개받은 오부치 게이조입니다. 오늘 고려대학교에 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고 정중히 인사해 6백여명의 청중들로부터 열렬한 박수를 이끌어냈다.
오부치총리는 강연 도중 “한국의 고려대와 연세대가 매년 ‘고연전’을 펼치고 있는데 본인이 ‘연고전’이라고 하지 않고 ‘고연전’이라고 부르는데 유의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청중과의 질의응답 후 김병관이사장은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고려청자 1점을, 김정배총장은 ‘천하위공(天下爲公)’이란 문구가 새겨진 서예가 여초 김응현(如初 金膺顯)선생의 대형서예작품 1점을 선물로 오부치총리에게 전달했다. 오부치총리는 자신이 소장한 일본학 관련서적 1백44권을 학교측에 기증했다.
○…오부치총리는 한 청중으로부터 어업협정에 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을 받고 “본인은 32년간의 의원생활 동안 바닷가에 면한 지역구를 거치지 못해 어업협상문제는 잘 모른다”고 운을 뗐으나 10분가량이나 자세히 답변했다. 이에 최소장은 “잘 모른다고 하시더니 너무나 해박하게 알고 계신 것 같다”고 촌평(寸評)을 하기도 했다.
○…일본언론들도 오부치총리의 고려대 연설 의미와 오부치총리와 고려대의 인연, 학생들의 반응 등을 상세히 소개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의 현직총리가 한국의 대학에서 강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새로운 양국관계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또 산케이신문은 오부치총리가 “고려대에서 한국최고책임자가 나온다면 와세다대에서도 크게 환영할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고 전했다.
일본언론들은 고려대 총학생회가 역사문제와 한일어업협정문제 등을 들어 오부치총리의 연설을 반대한 사실도 전하면서 “학생들과는 아직 과거청산이 안된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선대인기자·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