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예산을 반납하기는 구 중앙정보부 및 안기부 시절을 통틀어 처음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 부처들이 연말이면 불요불급한 사업을 벌여서라도 할당 예산을 소진하는 게 관행인 풍토에서 국정원의 예산 반납은 매우 이례적인 일. 특히 ‘영수증없이’ 사용하는 국정원 예산이 과거 대통령의 통치자금으로 이용돼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같은 변화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지’ 때문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3월 김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 직전 일부 인사들이 과거 국정원 자금 관행을 거론하며 대통령의 의향을 물었으나 김대통령은 ‘그러면 과거 정권과 무엇이 다르단 말이냐’며 크게 화를 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여권 일각에서 대통령공보수석실 운영비를 국정원이 지원해줬던 과거의 ‘관례’를 둘러싸고 내부 논란이 인 적도 있으나 이 때도 국정원은 원칙을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 반납규모는 1백억원정도라는것.
〈윤승모기자〉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