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상대 경영진단]정부조직개편, 46억만 날렸다

  • 입력 1999년 3월 22일 19시 16분


정부가 총체적 개혁의 마무리를 위한 공공부문 구조조정 차원에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 구현을 목표로 추진해 온 제2의 정부조직개편 작업이 부처이기주의와 공동여당간의 정략적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 흐지부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거액을 들여 민간전문기관에 경영진단을 의뢰하면서까지 의욕을 보였던 정부조직개편 작업에 대해 ‘소리만 요란했다’는 비판과 함께 공동정부 내의 산만한 정책조율기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동부와 보건복지부의 통합,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부 정보통신부의 통합, 해양수산부 폐지방안의 사실상 백지화가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일부 부처 통합에 대해서는 자민련이 강력히 반발해 현행 유지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또 해양수산부도 폐지방안에 대해 자민련이 반발하자 여론을 의식한 국민회의마저 입장을 바꿔 결국 존속하게 됐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방침을 밝혔던 3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의 30% 개방형 임용방안 역시 공직사회의 반발과 자민련의 반대로 시행시기가 늦춰지고 폭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회의도 처음에는 이 제도를 지지했으나 공직사회의 동요를 의식해 입장을 선회했다.

중앙인사위원회 설치와 관련해서도 국민회의는 대통령직속을 주장한 반면 자민련은 권력집중이 우려된다며 총리실 산하를 고집한 결과 기구는 대통령직속으로 설치하되 인사정책 수립 및 조정 기능만 부여하고 인사집행 기능은 행정자치부에 남겨두는 ‘기형적 형태’로 절충점을 찾았다.

국정홍보기능도 국민회의는 문화관광부로 이관할 것을 주장한 반면 자민련은 총리공보실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맞서 양당의 힘겨루기 끝에 자민련의 입장이 관철됐다.

이에따라 국무총리산하에 국정홍보기능을 일원화한 가칭 국정홍보처(차관급)가 신설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2월 제1차정부조직개편 당시 야당의 반대로 통합이 무산됐던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은 통합해 총리산하기획예산부로 신설하되 경제정책조정기능은 재정경제부에 두기로 했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을 마련했던 기획예산위원회는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19개 민간전문기관의 전문컨설턴트 1백30여명을 투입, 정부수립 이후 최초로 전 부처를 대상으로 한 경영진단을 실시했다. 여기에 들어간 국민 혈세(血稅)는 46억원이다.

그 결과 7일 기획예산위가 운영시스템혁신과 정부기구통폐합의기본원칙에 따른 과감한 기구개편방안을 내놓았지만 곧바로 관련 부처와 공동여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진통을 겪었다.

파문의 조기 진화를 위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예정된 일정을 하루 앞당겨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의 주례보고를 받고 당정조정안을 확정한뒤 30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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