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극한 대립 상황을 정리하고 ‘큰 정치’를 펴나가기로 17일 총재회담에서 합의했으나 때마침 실시되는 ‘3·30’재 보선으로 긴장국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여야간 대화의 길이 트였지만 대화할 것은 대화하되 야당 본연의 책임을 잊지 않고, 따질 것은 분명히 따져나갈 것”이라는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최근 발언에서도 이같은 고민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22일 “큰 정치를 하기로 합의했다고 해서 정부 여당의 잘못을 알고도 침묵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건 아니다”면서 여야는 기본적으로 정쟁을 통해 경쟁하는 관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화해와 협력을 강조하는 여권의 속내에 한나라당의 대여 공격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여야 경제협의체를 통한 민생관련 협의 등 비정치적 사안에는 적극 협력하되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는 분명히 선을 긋는 ‘정경(政經)분리식 강온전략’을 구사한다는 생각이다. 이는 정국이 다시 경색돼 ‘총재회담은 왜 했느냐’는 비판이 나오게 되면 한나라당에도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여당의 도발에는 적극 대응하고 있다. 18일 서울 구로을 정당연설회에서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이 이회창총재를 공격하는 발언을 한데 대해 “고발도 불사하겠다”며 강력 대응해 청와대측의 사과를 받아내기도 했다.
신총장은 “재 보선이 끝날 때까지는 정부의 실정(失政)비판 등 선거에 총력을 경주할 것”이라며 “정치개혁문제 등 여야간 이견이 큰 사안에 대한 협상은 재 보선 이후 본격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즉 재 보선 정당연설회나 합동연설회 등을 통해 국민연금 졸속강행과 무리한 빅딜, 실효성없는 실업대책, 대북포용정책의 문제점 등을 집중 공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여야 신뢰관계에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가능한 한 자제토록 재 보선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