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개혁지원그룹,「젊은피 수혈론」솔깃

  • 입력 1999년 3월 23일 19시 2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론’은 정치권 주변과 시민단체 등에 작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김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오비이락(烏飛梨落)격으로 그동안 김대통령을 비판적으로 지지해왔던 많은 인사들이 각종 모임 결성에 박차를 가하는 게 예사롭지 않다. 이 때문에 이들이 우선적으로 여권의 ‘인재 예비군’으로 거론된다. 반면 여권의 또다른 인재 수혈창구로 거론되는 시민단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먼저 24일 창립대회를 갖는 ‘국민정치연구회’는 김대통령 쪽에서 보면 가장 호감이 가는 예비군이다. 70,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한 인사 및 학계 법조계 종교계 등 3백여명의 참여자 면면을 보면 국민회의의 세대교체를 위한 인재 풀(Pool)의 기능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회 이사장을 맡게 된 이재정(李在禎)성공회대총장은 23일 “과거 민주통일운동을 함께했던 인사들을 기반으로 정치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회 전반의 개혁추진을 확산시키고 장기적으로 민주화와 통일을 위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16대 총선과 2002년 정권재창출을 위해 주도적인 역할도 해 나갈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 대비해 참신하고 젊은 인재들을 국민회의에 추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모임에는 문동환(文東煥)전국회의원 변형윤(邊衡尹)제2건국추진위대표공동위원장 이돈명(李敦明)변호사 오충일(吳忠一)목사 함세웅(咸世雄)신부 등 16명의 원로인사들이 고문 및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

또 국민회의 김근태(金槿泰)부총재 임채정(林采正) 장영달(張永達) 김영환(金榮煥)의원과 최규성(崔圭成)동주무역대표, 유시춘(柳時春)씨 황태연(黃台淵)동국대교수 허인회(許仁會)국민회의당무위원 이인영(李仁榮)전전대협의장 등도 멤버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한완상(韓完相)전통일부총리와 김상근(金相根)목사 등이 각 사회단체 대표 등 회원 2천여명으로 ‘DJ개혁 지원그룹’인 민주개혁국민연합을 창립했다.

또 국민회의 김민석(金民錫)의원의 주도로 다음달 8일 창립예정인 ‘21세기를 이끌어가는 청년모임(젊은 한국)’도 여권의 인재 풀과 관련해 주목된다. 이 모임에는 80년대 학생운동 출신과 변호사 청년사업가, 젊은 관료, 지방의원 정치권인사 등이 참여할 예정.

김의원은 “각계의 젊은 정치역량을 모아 개혁에 힘을 보태고 장기적인 개혁과제를 연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젊은 인재를 발굴해 정치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개혁시민연대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김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론’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우선 최열(崔冽)환경운동연합사무총장이나 박원순(朴元淳)참여연대사무처장 등 여권이 수혈을 원하는 인사들은 한결같이 별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정치개혁시민연대 김석수(金石洙)사무처장은 “시민사회의 리더들이 구시대 정치인들의 생명을 연장해주는 들러리로 되는 것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종전과 같이 재야운동권 몇 사람을 영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의 개혁적인 30, 40대 인사영입에 무게가 실려있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유시민(柳時敏)씨 이민화(李珉和)한국벤처협회회장 오세훈(吳世熏)변호사 함성득(咸成得)고려대교수 등이 이 부류에 속한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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