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정부조직개편안]후퇴 또 후퇴…개혁취지 실종

  • 입력 1999년 3월 23일 19시 22분


23일 발표된 2차 정부조직개편안은 공동여당간 관련부처간의 ‘밀실담합’에 의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알맹이없는 내용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조직개편 실무작업을 총괄한 기획예산위는 당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의 개혁프로그램에 맞춰 작업에 착수했으나 개편시안이 발표된 뒤 정치권과 공무원사회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상당히 애를 먹었다.

일례로 1∼3급 고위직공무원의 개방형 임용제도와 관련해 청와대측은 50%를 제시했으나 실무검토 과정에서 30%로 낮췄다는 것. 기획예산위 관계자는 “청와대의 강도 높은 요구를 현실에 맞게 상당히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민간경영진단팀 대부분이 경영이나 회계 전문가로 구성돼 정부운영시스템 전반에 대한 이해없이 기능적으로만 접근했다는 지적도 많다.

16일과 17일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박상천(朴相千)법무 강창희(姜昌熙)과학기술부장관 등은 “경영진단팀에 각 부처의 업무내용을 잘 아는 사람들이 없다”고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다.

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도 “경영진단과정에서 각 부처 기획관리실장과 토론을 거쳤으나 부족함을 메우지 못해 유감이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3일 기자회견에서도 “일부 미흡한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정부조직개편 방향선회의 결정적 고비는 9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 이 자리에서 남궁석(南宮晳)정보통신부장관은 조직개편시안을 ‘2류 작품’이라고 비난하고 이정무(李廷武)건설교통부장관은 ‘무력사고(無力事故)’라는 말로 통폐합대상에 오른 힘없는 부처의 설움과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전달하는 등 일부 부처의 반발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김대통령이 ‘통폐합이 아닌 기능중심의 개편’방침을 밝힘에 따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주재로 국무위원 간담회와 당정협의회가 잇따라 열려 부처이기주의와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한‘덧칠’이 본격화됐다.

특히 자민련의 강력한 제동이 조직개편시안을 무력화하는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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