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 내각제?]『재보선 끝나면…』한판 벼르는 2與

  • 입력 1999년 3월 24일 19시 03분


《「합당이냐, 내각제 관철이냐.」

공동정권을 구성하고 있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3·30 재 보선’이후를 겨냥해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국민회의 핵심부 내에서는 삐걱거리는 공동정권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에 합당론의 재추진에 시동을 걸 태세인 반면, 자민련은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내 내각제 개헌관철’을 목표로 행군나팔을 손질 중이다.

상반된 공동정권 양 진영의 기류가 어떤 함수관계를 이루면서 쌍곡선을 그려낼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양 진영 간에는 합의점 도출을 위한 타협 움직임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양 진영이 제각기 폐색(閉塞)상황의 타개를 위한 정면돌파를 시도할 채비여서 화약냄새는 이미 솔솔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아무튼 4월정국의 최대 화두는 합당론과 내각제 관철이 될 전망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민회의 총재직을 못내놓을 이유도 없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최근 국정난맥상의 원인 중 하나로 공동정권의 태생적(胎生的) 한계를 지적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벌어지는 틈새 때문에 빚어지는 국정혼선을 합당이란 돌파구로 해결할 수 있다면 ‘국정전념’을 명분으로 김종필(金鍾泌)총리에게 총재직을 양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각료경질조차 자민련측 눈치를 보아야 하는 ‘한심한’ 상황에 대해 김대통령의 측근그룹인 동교동(東橋洞)계 등 핵심그룹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식으로 정권운영을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될 게 뻔하다”며 원색적인 불만을 터뜨린다.

이 때문에 자민련과의 합당추진을 통한 ‘정면돌파론’은 이미 핵심관계자들간에 상당한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달 합당론이 청와대 일각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돌출했다가 수면아래로 다시 잠복했던 상황에 비추어 보면 한층 구체적인 ‘의지’가 실려 있다는 게 핵심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4월 들어서면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민회의 핵심그룹의 합당추진론에는 내년 총선에서의 확실한 승리를 보장받기 위해 합당이 필요하다는 논거도 깔려 있다.

여기에다 최근 여권관계자들과 접촉한 야당의원들이 ‘합당을 통한 대규모 정계개편 분위기 조성’을 탈당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점도 합당추진론에 가속을 붙게 한 요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회의측과 자민련 내 비(非)충청권 진영과의 교감도 어느 정도 감지된다.

이달 중순 김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국민회의의 설훈(薛勳)전기조위원장과 자민련의 한영수(韓英洙)부총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합당―임기말 개헌’이란 시나리오를 띄운 것도 상당한 사전조율이 있었다는 게 한 핵심관계자의 전언이다.

결국 김대통령이 선(先)정치개혁을 이유로 5월 전당대회를 사실상 연기한 것도 큰 틀의 정지작업을 위한 ‘시간벌기’의 성격이 짙다는 게 이 관계자의 풀이다.

문제는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를 비롯한 자민련 충청권그룹의 강경자세에 비추어 현재로서는 합당론이 자민련 내에서 본격 확산될 여지가 적다는 점이다.

그러나 국민회의의 한 고위관계자는 “97년 대선 당시에도 DJP연합이 이루어지리라고 누가 생각했었느냐. 자민련측도 별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 아니냐”며 대타협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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