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둔 여권의 새로운 정치인력 충원개념인 ‘젊은 피 수혈론’은 선거구제 변경을 중심으로 한 정치개혁협상과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마침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24일 양당 공동의 정치개혁협상안을 마련하기 위한 특위 인선을 제각기 마무리하고 16대 국회의 기본틀을 잡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주례보고에서 정치개혁협상의 기본개념을 두가지로 정리했다. 재야든, 전문가든, 신(新)지식인이든 국민요구에 부응하는 정치를 위한 인력 충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과 여야 모두 지역화합에 맞는 전국정당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김대통령이 그동안 여러차례 언급해온 ‘소선거구제―정당명부제’와 맥이 통한다. 소선거구제―정당명부제는 중대선거구제에 비해 정치신인의 수혈이 용이할 뿐 아니라 정당명부제는 기본적으로 국민회의의 영남권 교두보 마련, 즉 ‘동진(東進)정책’의 방법론으로 제시돼왔다.
같은 맥락에서 수혈론 이후 국민회의 내부에서 수도권 지역구에 개혁인사들을 배치하고 정당명부제를 활용, 영남권 인맥을 강화해야 한다는 소리들이 힘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이는 한나라당의 이회창(李會昌)총재도 내심 ‘환영’할 만한 안이다. 이총재의 공천권을 강화해주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가 “선거구제는 여야 협상이 문제가 아니라 공동여당 단일안, 즉 자민련과의 절충이 관건이다”라는 시각을 밝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자민련의 선(先)내각제 매듭론을 우회하면서 정치개혁협상을 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 자민련이 수혈론을 정치개혁협상의 중심개념으로 수용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김대통령 주변에서 ‘선거구제―합당론―임기말 내각제개헌론’의 ‘일괄타결안’이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배경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97년 대선 전 DJP후보단일화를 이뤄냈듯이 다시한번 제2의 ‘DJP협상’을 시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런 복잡한 정황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선거를 통한 ‘젊은 피 수혈’의 일차적인 조건이 선거구제 변경과 무관할 수 없고, 선거구제는 다시 DJP의 복잡한 계산법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든 현재의 정치인력 충원구조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함으로써 물갈이를 시도하려 할 것 같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