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80주년 기획]3선개헌 반대 제명된 예춘호씨

  • 입력 1999년 3월 25일 19시 27분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이 헌법을 지켜 3선을 하지 않고 퇴임했더라면 좋은 선례가 만들어져 우리 정치도 제 궤도에 올라섰을텐데…. 그런 기틀을 만들 수 있었던 기회가 물거품이 된 게 지금도 아쉽습니다.』

69년 3선개헌에 반대하다 공화당에서 제명당했던 예춘호(芮春浩·72)씨는 3선개헌 이후 오랜 세월 질곡(桎梏)에 갇혔던 민주헌정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여권인사 가운데 정구영(鄭求瑛)전공화당의장과 함께 끝까지 3선개헌에 반대했던 정치인으로 기록돼 있다.

―3선개헌 반대가 김종필(金鍾泌)씨의 차기 집권을 위한 계파적 행동은 아니었는지요.

“공화당 내에선 박정희 다음은 김종필이라는, 이른바‘PK’지도체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긴 했지만 3선개헌은 그와는 별개의 문제였어요. 순수하게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헌법을 지키자는 거였지요.”

―권오병(權五柄)문교부장관 해임에 따른 항명파동으로 당에서 제명이 안됐었더라면 어땠을까요.

“그 때 우리 생각은 당내 개헌반대세력의 힘을 과시해 박대통령이 3선을 포기하도록 하자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개헌세력이 와해된 점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한때 박대통령과 가까운 사이였는데 그 분이 3선개헌을 구상한 것은 언제부터였나요.

“아마 67년 7대 총선 때부터 였을 겁니다. 그때 부정선거를 치른 게 개헌안 통과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비쳤거든요. 일찌감치 장기집권을 생각한 것은 분명합니다.”

예씨는 6,7대와 10대 총선 때 부산 영도에서 당선돼 3선을 했지만 3선개헌 직후인 8대 총선에서는 낙선했다.

“3선개헌 반대를 위해 뜻을 굽히지 않았던 일은 지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역사가 정당하게 평가할테니까요.”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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