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朴智元)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정치권에 대해서까지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정길(金正吉)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때가 되면”이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으나 김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음을 내비친다.
청와대 내의 분위기도 대체로 정치권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쪽이다. 실제로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대통령의 심모원려(深謀遠慮)는 바로 ‘대화합 구상’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지난 1년간 국정운영을 해오면서 경제나 외교 국방 등의 분야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는 내외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국내정치에 대한 평가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인 듯하다.
즉 집권 이후 계속된 야당과의 소모전과 과거 정권 비리숙청을 둘러싼 갈등, 지역감정악화 등이 개혁의 발목을 잡은 주원인이기 때문에 이를 해소할 필요성이 있지 않느냐는 진단을 한 것 같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일련의 조치들을 검토해왔고 그 중 한가지 복안이 공무원 소액비리에 대한 사면검토방침이라는 의미다. 또 국민적 반응이 긍정적일 경우 정치권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복안인 듯하다. 이는 여야관계의 정상화와 야당에 대한 동반자예우를 강조하는 김대통령의 최근 행보와도 맥락이 닿는다.
김대통령의 한 측근은 “이같은 조치의 최종목표는 개혁 추진력의 확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들이 오히려 개혁의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아 김대통령의 구상이 어떻게 귀결될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공무원들에 대한 관용만 하더라도 법의 형평성논란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를 정치인에게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될 국민감정이 악화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김대통령의 관용카드는 여론의 반발에 부닥쳐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인 것 같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