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 재보선]금품살포-인신공격 난무

  • 입력 1999년 3월 29일 19시 32분


‘혹시나’했더니, 역시 ‘역시나’였다. 이번 ‘3·30’재 보선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건 무엇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여권이 목청을 돋워 ‘정치개혁’을 부르짖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선거운동은 과열 혼탁시비 속에 29일 막을 내렸다. 그리고 재 보선 현장에선 금품살포 인신공격 등 고질적인 불법선거운동이 난무했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지도부의 질책은 눈을 씻고 보려야 볼 수 없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3개 재 보선지역에서 고발 8건, 수사의뢰 7건, 경고 11건 등 모두 26건의 불법선거운동 사례를 적발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 여야총재회담에서의 ‘정치개혁과 미래를 위한 큰 정치’는 말그대로 공염불(空念佛)일 뿐 각 정당은 오로지 이겨야 한다는 목표아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정치개혁은커녕 오히려 정치혐오만 가중시킨 재 보선이었다.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총재회담 바로 다음날인 18일 서울 구로을 정당연설회에서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총재회담 합의문 초안을 바꿨다”고 주장해 여야 감정대립을 촉발시켰다.

김대통령은 물론 여권 인사들은 정치개혁을 외치면서도 재 보선 현장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탈법 불법행태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야당도 난형난제(難兄難弟)다. 여당의 타락선거에 맞서 한나라당의 선거운동도 흑색선전과 인신공격에 치우쳤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선거가 끝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1회성 폭로를 무기로 삼은 것은 선거분위기를 더욱 혼탁하게 한 주범 중 하나다.

많은 국민은 선거현장에서의 개혁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누가 감히 정치개혁을 입에 올릴 수 있느냐는 생각을 더욱 굳혔을 것이다. 정치개혁시민연대 김석수(金石洙)사무처장은 “정치권 스스로 정치개혁을 할 수 없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났다”면서 “시민운동을 통해 정치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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