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같은 상황에서 여야는 31일 제각기 정치개혁과 관련된 입장표명을 하고 나섰으나 여권은 제도적 개선 쪽을 강조한 반면 야당은 이번 재 보선 부정척결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주장을 절충하는 돌파구 모색이 시급한 실정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31일 “재 보선을 통해 드러난 제도상의 문제점과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실망과 비판을 정치권이 직시하고 선거문화의 개혁을 위해 여야가 심기일전해 하루속히 정치개혁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회의 조세형(趙世衡)총재권한대행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앙당차원의 재 보선 직접 개입금지 △재 보선 실시시한(현재 확정판결 후 90일 이내)의 연장과 재 보선 일괄실시 △선거사범의 2심제 채택 등을 골자로 재 보선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31일 ‘3·30’재 보선이 사상 유례없는 불법 타락선거였다고 주장하고 김대통령과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의 사과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총재단회의 당무회의 의원총회 등을 잇따라 열어 이번 재 보선에서 나타난 여당측의 갖가지 부정선거운동에 대해 법적 정치적 대응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 나가기로 결의했다.
한나라당은 또 불법 탈법에 관여한 사람들을 엄중문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정규(梁正圭) 박관용(朴寬用) 김영구(金榮龜)부총재 등 부총재단은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식의 선거행태가 계속된다면 선거자체의 의미를 상실할 만큼 선거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불법 타락선거가 확대재생산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치개혁연대 서울YMCA 한국노총 여성유권자연맹 등 39개 시민단체가 가입해 있는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 사회단체 연대회의’(상임공동대표 손봉숙 김수규 박인상 서경석 이춘호)는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조속한 정치개혁 추진 △시민단체가 포함된 정치개혁특위의 구성 등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한 정치학자는 “정치개혁추진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통령의 ‘수범(垂範)의지’”라면서 “여권이 먼저 정치풍토쇄신의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야당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